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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보면 빵집 앞에 사람들이 즐비하게 줄을 서 있고, 빵을 구입한 사람들은 갈색 봉투에다 기다란 바게트 빵을 담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갈색 봉투 안에는 빵 말고도 간단한 채소나 과일도 같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최근 환경문제 때문에 비닐 봉투(Plastic bag)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마트에서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갈색 종이봉투를 미국에서는 브라운 백(Brown Bag)이라고 하는데 몇 해 전부터 정부기관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브라운 백 미팅'이 많이 열리면서 이 용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운 백 미팅은 말하자면 간단한 점심식사를 곁들인 토론으로,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을 브라운 백에 담아 가지고 와서 격식 없이 진행하는 회의를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꼭 갈색 봉투가 등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브라운 백 미팅은 번다한 식사 대신 시간 절약은 물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할 수 있어 조직 내 의사소통이 활성화되고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도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구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캐주얼 토론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동연 후보자는 아주대 총장 시절 학생들과 브라운 백 미팅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매월 첫 번째·세 번째 수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전 신청한 2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샌드위치·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화의 주제는 정해져 있지 않고 현장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가치관과 신념, 취미와 최근의 관심사 등을 질문하고 이에 김 후보자는 자신의 가난했던 청소년기와 유학시절·공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진솔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가 브라운 백 미팅을 자주 열었다는 것은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소통·서민적 행보를 중시했다는 뜻일 것이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부총리 자리에 오른 뒤에도 공무원·시민들과 그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기 바란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