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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은인은 있다. 하늘처럼 넓고 크다는 호천망극(昊天罔極)의 부모 은혜를 비롯해 성장과정 또는 직장과 출세에 결정적 도움을 준 은인도 있고 몰락과 죽음에서 건져준 재생의 은인, 생명의 은인도 있다. 안드로메다(Andromeda)의 경우는 어떤가. 그리스신화의 안드로메다는 에티오피아의 왕녀로 바다의 괴물에 잡혀 절벽에 매달려 있는 걸 페르세우스(Perseus)가 괴물을 죽이고 구출, 아내로 삼았다. 그 경우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의 생명의 은인이자 사랑의 은인이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양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울만한 은인이라면 누구일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를 '노무현의 그림자(盧武鉉之影)'라고 했다. 그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특등 은인이자 가문의 은인이다. 그런 노무현의 어제 8주기 추도식에 간 문 대통령의 감회는 남달리 사무쳤으리라.

하지만 노무현은 문재인을 대통령이 되게 하지는 못했다. 문재인을 대통령 옥좌(玉座) 보좌(寶座)까지 밀어 올려 준 일생일대 단 한 사람의 은인이자 가문의 은인이 있다면 누구일까? 공교롭게도 그 1등~특등 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야말로 철천지원수의 반대인 철천지은인이 아니고 뭔가. 단연 박근혜 은공이고 은덕이다. 문 정권에 발탁된 고관들의 은인도 다를 바 없다. 박근혜다. 지난 3월 10일 탄핵, 31일 구속된 지 53일 만에 수인번호 503번으로 어제 첫 재판정에 나선 그녀의 주검 같은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의 감회가 어땠을까. 세상만사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세간의 은혜에 보답까지는 몰라도 헤아릴 줄 아는 게 도리다. '은반위구(恩反爲仇)'라는 말이 있다. '은혜가 도리어 원수가 된다'는 뜻이지만 '은혜를 원수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자서전에서 4대강이 국토를 망쳐놨다고 했다. 그럼 모두 철거할 건가. 치산치수는 국정의 기초고 인류역사는 치수의 역사다. MB의 명품인 서울 청계천도 메우자고 할 건가. 국정교과서도 오래된 폐단(積弊)이 아니라 금년에 마무리된 새 교과서다. 5·24 조치도 개성공단 폐쇄도 적폐인지 은인 박근혜에게 물어보라.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