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화
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생각지도 않은 사진이 한 장 전송되어 왔다.

잔잔한 호수에 산그림자와 푸른 하늘이 반영된 평화로운 풍경 사진이었다.

미세먼지 없는 요즘이라서인지 물에 비친 하늘 그림자가 더없이 맑다.

지난 주에 수료한 교육생께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고향이자 근무지인 월출산 아래 영암의 사진을 보내준 것이었다. "풍년을 바라는 농심이 그득합니다. 모 심을 준비하느라 논에 물이 넘실대는 것이 아름답습니다"라는 문자가 뒤따라 전송되어 왔다.

호수라고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봄의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을 가득 받아놓은 논이 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연못처럼 보이는 봄의 논뿐만 아니라, 한여름 산뜻한 초록의 벌판과 같은 논은 유럽의 초지보다 더욱 강렬한 시각적 시원함이 있다. 울긋불긋 단풍과 어우러진 황금빛 가을논은 상상만으로도 푸근하다.

심각한 수준의 고령화와 농산물 수입 개방, 거기에 떨어지기만 하는 쌀 값으로 우리 농촌은 정말 어렵다. 생산비조차 거두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땅을 놀리는 것은 죄받을 일이라며 굽은 허리 애써 펴고 논으로 밭으로 나가는 우리네 시골 어르신께 그저 감사하고 죄송할 뿐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과 안전한 먹거리를 지켜주셔서 말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3.8%,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3.7%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장차 물 전쟁과 식량안보까지 우려되는 현실에서 쌀을 생산하는 논은 홍수예방, 수질정화 등 환경보전기능과 수자원을 확보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날이 좋은 봄, 조금만 눈을 돌려도 산수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지 않은가?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없는 우리 땅, 아무리 달려도 온통 아파트와 콘크리트 건물만 보이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늘 있는 것이기에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자원, 논농사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

/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