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잣대로 호통치고
망신주기로 전락한 청문회
평판 괜찮은 분들도 임명 꺼려
후보자가 담당할 업무·지위따라
전문성등 '기준' 경중 가려야
'능력·비전' 검증 갈수록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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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락 있었지요." 그러나 화들짝 손사래를 친다. 언론에 하마평이 나온 터라 더 궁금했다. 정색을 하고 그가 말한다. "안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청문회가 얼마나 골치 아픈지." 진심을 담은 표정이다. 과거 청문회를 경험했다는 그는 청문회 근처는 얼씬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문 대통령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배제원칙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첫 출발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부터 삐걱대고 있다. 5대 원칙에 어긋난 일부 후보자도 사전 공개된 상태다. 80%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청문회 대상자들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가 떠올랐다. 박 대통령을 보좌하던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직접 물었다. 문제가 있는 장관을 왜 고집스럽게 임명하느냐고. 그가 머뭇거리다 답했다. "한다는 사람이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수첩 인사의 문제는 알려졌다.

그러나 '깜냥'이 안 되는 능력이 부족한 장관을 임명했던 속사정은 무엇일까. 바로 청문회 때문이란다. 나름대로의 잣대로 평판이 괜찮은 분들을 접촉하면 대부분이 거절한다고 했다. 왜 큰 인물들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외면하는가. 자신의 누추하고 험난했던 삶과 평생을 함께 한 가족들의 아련한 인생을 뒤집어 보여주기 싫다는 것이다.

17년 전 청문회 도입은 신선했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는 망신주기 대회로 인식한다. 존경하던 인물도 난타당한 채 하루아침에 추락한다. 낙마한 후보자를 보면서 우리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확인한다. 그러나 청문회 통과에 무난한 5순위 장관들이 탄생했던 경험을 외면하고 있다. 청문회 통과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고위공직자 자격이 있는가.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청문회의 필요성과 지금의 청문회 잣대가 올바른가는 다른 문제다.

주변에서 훌륭하다는 분들도 정작 자기검열조차 통과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사연들이 있다. 주택청약 순위를 지키기 위해 서울 주소를 고수한 사람. 가족 간 사정으로 차명재산을 갖고 있던 사람. 실거래가격과 과세가격의 차이를 이용한 사람. 민법의 주소 복수주의와 행정법의 단수주의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 재산등록을 해본 경험이 없는 교수나 전문직. 바뀐 정권 10년간 안 해 본 일이 없는 정치인 등. 인생을 살면서 시류에 휩쓸렸던 증거들이다.

걱정이다. 정부이든 조직이든 사람이 중요하다. 이미 패거리 정치도, 선거캠프인사도, 수첩인사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고위공직자를 선택하고 임명할 것인가. 5대 기준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보다 합리적인 청문회의 기준과 제도개선을 할 때다.

후보자가 담당해야 할 업무나 지위에 따라 기준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 대법관이나 재판관 그리고 감사원장의 경우는 공정함과 엄격함이 다른 어느 기준보다 앞서야 한다. 때로는 전문적 식견이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의 경우 비밀취급적격심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총리나 장관의 자리가 경력을 잘 관리한 그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가칭 '고위공직후보자 정보공개법'의 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대상을 정하고, 인물정보를 등재하고 항상 공개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인정해야 한다. 이를 후보자의 도덕적 검증의 기준으로 삼고, 자료는 정권이 바뀌어도 인수인계되어야 한다. 각종 논문처럼 세무나 부동산에 대한 자료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기관 간에 연계하면 된다. 인사와 관련한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고위공직자 후보와 청문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후보자의 과거에 대해 현재의 잣대로 호통치고, 망신을 주기 위해 청문회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청문회의 꽃인 후보자의 능력과 비전의 검증은 갈수록 실종되고 있다. 과거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 당면한 주요 정책들을 이끌어 갈수 있는 인물인가를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부 후보자도 현재의 청문회도 문제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일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