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증위 "경제성 0.274↓"
6800억대 혼잡완화도 '잘못'
컨 수상수송 이득 거의없어
운하 도시단절 비용도 빠져
당시 연구진 "잠재력 충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경인아라뱃길 건설사업이 동력(動力)을 얻을 수 있었던 근거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8년 12월 작성한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 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 보고서다.
KDI 보고서는 당시 경인운하사업의 비용대비 편익 값(B/C값)이 '1.065'로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KDI 보고서가 정부의 운하사업 추진을 위한 '맞춤형 보고서'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KDI 보고서는 편익(Benefit)은 과도하게 늘리고 비용(Cost)은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인 2010년 11월 인천시와 김포시·고양시 등 인접지역 지자체가 구성한 '경인아라뱃길 재검증위원회'는 재검증 결과 의견서에서 "아라뱃길 사업의 B/C값은 0.274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검증 결과에 따르면 화물의 육로수송이 수상수송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6천827억원의 교통혼잡 완화 편익은 애초부터 전제가 잘못됐다.
경인항 인천터미널 컨테이너 부두가 운하(갑문) 밖에 위치한 터라 컨테이너는 수상수송으로 얻는 이득이 없다. 물류기능에 따른 인천항 체선(선박 정체) 절감 편익도 신항건설 등 인천항의 확장에 따른 결과이지 경인항으로의 물류 이전 때문은 아니다. 반면 방수로 공사비를 비용에 산정하지 않았고 운하로 인한 도시 단절비용이 빠졌다.
당시 재검증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인천 신항건설로 인천항과 평택항에서 늘어나는 물동량을 수용하는 작업이 당시 상당부분 계획돼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중복투자를 해버린 사업"이라며 "사실 인천항을 이용하는 선사들이나 물류 업체를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만 했어도 '사업 반대'라는 의견을 쉽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KDI 보고서는 당시 박현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민간투자지원실장(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 5명의 KDI 연구진과 11명의 외부위원이 참여했다. 당시 연구진은 예측이 빗나간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라뱃길이 물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인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에는 수도권 지역 물동량 총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인천항 증가분 상당수가 경인항에서 흡수할 것으로 봤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물동량이 예상보다 적게 늘어났다"며 "편익이라는 것은 물동량 등 수치뿐 아니라 친수(親水) 환경이 주는 주민 편익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럽 등 선진국처럼 화물차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내륙 운하에 대한 수요가 단계적으로 늘어나 아라뱃길 경쟁력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외부 연구진이었던 한 물류분야 전문가는 "물동량만으로는 경제성 '1'을 넘기긴 어렵고 주변 지역개발 등으로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추정했다"며 "배후부지 분양은 완료됐지만, 주변 지역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제성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민재·김주엽기자 kmj@kyeongin.com
[4대강 선도사업, 경인아라뱃길 개통 5년·(5)KDI의 '빗나간 예측']비용축소 편익늘린 '맞춤 보고서'
입력 2017-05-28 22:35
수정 2017-05-2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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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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