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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가 남극대륙의 바다 중 한 곳인 로스해(Ross Sea)에서 수만년 전 사라진 빙하의 흔적을 새롭게 찾아냈다. 빙하가 녹는 현상은 지구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극지연구소의 이번 연구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주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극지연구소는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교(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남극 로스해 빙하 후퇴(해빙) 모델'의 기존 학설을 뒤집고, 새로운 학설을 제기했다고 29일 밝혔다. 극지연구소의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지질학분야 학술지 '지질학(Geology)' 2017년 5월호에 게재됐다.

로스해는 남극대륙 북쪽과 접한 바다로, 대륙 쪽으로 움푹 파인 모양이다. 로스해는 빙하기인 수만 년 전까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녹아 바닷물에 잠기게 됐다. 빙하는 기후변화에 따라 '얼었다 녹기(확장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해저지형에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흔적을 남긴다. ┃그림 참조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2015년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탐사작업을 통해 해저지형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약 1만3천년 전부터 로스해 빙하 중앙이 녹기 시작해 지금의 해안선과 평행한 방향으로 후퇴하다가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동남극 대륙빙하(빙상)와 서남극 대륙빙하의 영향을 골고루 받아서 양옆 해안선 방향으로 로스해가 녹았다는 게 극지연구소의 새로운 '남극 로스해 빙하 후퇴 모델'이다. 기존 학설은 로스해가 서남극 대륙빙하의 영향을 주로 받아 중앙부터가 아닌 서남극 대륙빙하 해안선 방향으로만 녹았다고 주장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극지연구소 이재일 박사는 "로스해 지역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해석"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남극 빙하 후퇴와 해수면 변동 사이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극지연구소 제공 자료에서 밝혔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