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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보다도 '머니 퍼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G7이 삐걱거렸다.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G7 정상회의에서 불거진 트럼프의 행동거지(擧止)가 유럽 언론의 집중 성토와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만방자, 독불장군이었다. 그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자 G6 수뇌들은 하나같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시큰둥한 채 외면했고 특히 유럽의 맹주(盟主)인 독일 메르켈 총리는 '낼만큼 내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런데 나토 방위비 인상에 이어 기후변화 문제 등 의제를 놓고 메르켈이 계속 반대의견을 제시하자 트럼프는 대놓고 '못됐다(bad!)'며 면박까지 줬다는 거다. 트럼프의 기고만장 자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G7 정상 기념촬영 때는 앞에 가로걸리는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확 밀쳐버리고 한가운데에 섰다는 거 아닌가. 다른 수뇌도 아니고 그날 G7회의 호스트(주최자)를….

그런 트럼프에 질려버린 메르켈이 드디어 28일 '미국 의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EU를 탈퇴중인 영국의 더 타임스는 같은 날 'G7의 거리(相距)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유럽과 미국은 '구미(歐美)'로 불린다. 특히 서유럽(西歐)은 미국과 더불어 선진국 그룹의 대명사다. '美歐'가 아닌 '歐美'다. 유럽(서유럽)이 미국보다 까마득히 선진국 군단(群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구미를 일본에선 '歐米(오베이)'로 불러왔고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 이래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등 일본 선각자들이 외친 구호가 '오베이 따라잡자, 제쳐놓자'였다. 그만큼 지구상의 지존국가 집합체가 서구다. Europe는 라틴어 Europa에서 왔고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넓다'는 뜻이다. 그런데 드디어 서유럽이 분열하고 구미도 갈라서는가.

중국 언론은 G7 보도에 열을 올렸다. 미국의 특랑보(特朗普→트럼프)와 독일의 묵극이( 克爾→메르켈)가 충돌해 G7이 깨지고 '北大西洋公約組織(NATO)도 힘이 빠질 것'이라고. 그런 중국이 무섭고 고립돼 가는 미국도 걱정이다. 메르켈 총리의 선언처럼 한 나라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는가. 그럼 한국은 어디로 가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