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3101002199600108051

세계 4대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는 매년 5월 열린다. 올해 대회 총상금은 3천600만 유로(452억원)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클레이코트(흙 코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이변(異變)이 유난히 많다. 1891년 프랑스테니스클럽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시작해 1925년 모든 국적의 선수들로 문호가 개방됐다.

이 대회에는 특이하게도 '롤랑가로스(Roland Garros)' 라는 명칭이 따라다닌다. 프랑스오픈의 홈페이지와 SNS도 모두 롤랑가로스로 표기되어 있다. 파라솔, 모자, 가방 등 기념품들에도 모두 롤랑가로스가 새겨져 있다.

유래는 이렇다. 1927년 미국에서 열린 데이비스컵(국가대항전)에서 프랑스 대표팀이 우승하면서 정부가 파리시 서부 근교에 새로운 테니스장을 건설했는데, 명칭을 비행사인 롤랑가로스를 딴 것이다.

그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공군에 입대해 서부전선에서 복무했다. 같은 해 8월 독일 전선을 날며 독일 비행기를 추락시키고 두 명의 독일 비행사를 쓰러뜨리며 세계 역사에서 최초의 비행 전투를 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1915년 4월 비행기가 추락해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1918년 탈출에 성공했다.

스타디움 건설 당시 책임자였던 에밀 레저는 경기장의 이름을 그의 친구이자 전쟁영웅인 롤랑가로스로 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사실 롤랑가로스는 테니스의 '테'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대한민국 축구가 U-20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완패한 바로 뒤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정현 선수가 세계랭킹 28위인 샘 퀘리(미국)를 3-1로 물리쳤다. 퀘리 선수는 한때 세계랭킹 17위에 올랐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에서 9번이나 우승한 강자다. 10년 전, 이형택 선수는 2007 US오픈에서 4회전인 16강까지 올랐다. 정현이 2회전에서 승리하면 일본이 자랑하는 니시코리 선수(세계랭킹 9위)와 한·일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현은 전담 코치도 감독도 없다. 대한민국의 명예를 짊어지고 고군분투하는 정현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