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 마니산이 민족의 영산인 이유는 우리가 민족의 시원으로 삼는 단군이 하늘에 제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이 있어서다. 해방 직후 촬영한 그 참성단의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것도 개성의 중·고등학생들이 강화로 수학여행을 와서 촬영한 것이다.
경인일보가 2017년 연중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실향민 홍순주 할아버지의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 사진을 얻어 보게 됐다.
6년제 개성공립중학교에 다닌 할아버지는 두 번이나 강화도로 수학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 여행의 기억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학생들은 개성에서 개풍군 영정포 배터까지 목탄차를 타고 단체 이동한 뒤 배에 올라타 조강(祖江)을 건넜고 강화 갑곶나루에 내렸다. 그리고는 걸어서 전등사까지 가서는 짐을 풀었다.
전등사에서 하룻밤을 잔 뒤 마니산 정상 등정이 수학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1940년대 중반 개성의 학생들이 강화도로 수학여행을 다닌 그 실감 나는 역사가 빛바랜 사진에 훤히도 담겼다. 피란의 다급하고도 황망한 가운데에서도 아들의 학창시절 사진을 챙겨나온 홍순주 할아버지의 어머님께 우리가 감사드려야 하는 이유이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