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보존 가치' 유산
옛 청나라 영사관 부속 회의청
3천만원 없다며 복원 거절해
20억 개항장 경관개선만 관심
區 "추경예산 편성등 검토중"
지난 2일 중구 차이나타운 내 옛 청나라 영사관 부속 회의청(會議廳).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천장에 가로 60㎝, 세로 50㎝쯤 되는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었고, 벽지 곳곳이 뜯겨 훼손된 상태였다. 시멘트로 된 벽면은 여기저기 금이 가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1910년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 이 건물은 옛 청나라 영사관 건물 중 유일하게 100년이 넘도록 남아있는 것이다. 인천화교협회와 인천대 중국학술원은 이 건축물 보수·복원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중구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절해 무산됐다.
인천 중구는 개항장 문화지구의 '관광사업'에 큰 예산을 쓰고 있으면서도 '근대 건축물 보수·복원' 사업은 가볍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대 건축유산으로 가치가 충분한 청국 영사관부속 회의청 복원 등과 같은 사업은 외면하면서도 건물 외관만 '근대풍'으로 고치는 사업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억원짜리 '개항장 경관개선 사업'으로 제물량길 주변 건물 정면부를 근대식 건물 양식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구는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인천시에 예산지원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천화교협회와 인천대가 공모사업으로 추진했던 옛 청국 영사관부속 회의청 보수·복원 사업에 필요한 총 예산은 최대 1억원이고, 이 중 중구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3천만원 가량이다. 총 예산이 개항장 경관개선 사업비의 2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점에 비춰볼 때 중구의 문화·관광 사업은 '겉치레 생색 내기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송승석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회의청의 경우 인천 화교사회의 이해뿐 아니라 중국식 형태의 건축양식, 목조 창문틀, 문양 모두 보존가치가 높아 보수·복원 공사가 시급한 실정인데 구가 예산이 없다고 해 인천시의 공모사업에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며 "경관을 꾸미는 인위적이고 보여주기 식 사업을 계속 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역사유산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개항장 문화지구 내 3곳 정도 건축물의 보수·복원 사업을 원했지만, 전체적으로 긴축예산을 실시하면서 사업비가 줄어 1곳밖에 선정할 수 없었던 것이지 회의청 복원사업을 거절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회의청의 역사성과 보존가치는 잘 알고 있으며, 추경예산 편성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