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국가적인 수치'라면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은 뭔가. 그 역시 '국민적인 수치' 아닌가. 미국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을 국가적인 수치라고 했다. 그가 지난 1일 오후(한국시간 2일 새벽)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그날 당장 국민들이 벌 떼처럼 반기를 들었고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아우성을 쳤다. 특히 워싱턴 주 인즈리 지사는 "온전한 지구를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 어른들이 부끄럽다. 미국은 이제 지구상에서 '파리기후협약'에 가입 안 한 단 두 나라(시리아, 니카라과) 수준으로 추락해 버렸다"고 한탄했다. 2일 현재 뉴욕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 이미 10여개 주와 LA 보스턴 시애틀 등 177개 대도시가 트럼프를 비난했고 '미국 기후연합을 결성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6~28%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일찍이 1992년 5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 서밋'에 맞춰 부시(父) 대통령이 그 해 10월 비준한 게 '지구기후변동조약'이었다. 그 이듬해엔 클린턴 대통령이 교대해 94년 그 조약을 발효시켰고 97년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조약체결국회의(COP3)에서는 엘 고어 부통령이 주도, '교토의정서(京都議定書)'를 채택했다. 그는 그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1년 부시(子) 대통령은 그 '교토의정서'로부터의 이탈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 43대 부시 대통령의 '거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포함,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협약(2015년 12월) 체결을 적극 주도했다. 미국 대통령들의 훼예(毁譽)가 그렇게 엇갈린 거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은 전 세계 언론의 비난은 물론 특등 동맹국 일본까지도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야마모토 코이치(山本公一) 환경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인류의 영지(英智)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보짓이라는 소리다. 중국의 巴黎(파려→파리)협약 비난이야 말할 것도 없다. 신기한 건 일본과 중국의 국제문제 견해가 천재일우(千載一遇)로 일치했다는 끔찍(?)한 사실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