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지역 좋은 환경 경험없어
개념 재정립과 사업 이해 필요
골목 치장·겉보기식 개선보다
삶의 질 높이고 미래 위해 설계
정부 주도 특별사업 민간자본과
주민들 자발적 참여로 추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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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재 대우재단 이사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발표된 도시재생뉴딜정책은 10년 전 노무현정부 막바지에 발표된 도시재생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도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의하면 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낙후된 도시환경을 공공의 지원으로 자생적 기반을 확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은 6개 시범사업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46곳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번 정부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500개 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이게 될 도시재생사업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행 도시재생특별법의 제도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개념정립과 사업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게 되었으면 한다. 도시재생이란 도시의 특정지역이나 시설이 쇠퇴하여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였을 때 이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기능으로 대체시켜 그 지역을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되살려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능을 상실한 조선소를 상업과 쇼핑으로 되살린 런던의 도크랜드나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21, 쇠락한 탄광촌을 디자인 녹색도시로 변모시킨 독일 에센의 졸버레인, 폐쇄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은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라 하겠다. 이번에 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도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도시재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개념상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따라서 도시재개발의 한 유형으로서의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고, 사업구역으로 지정될 대상지에 대해 도시재생사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통하여 목표와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당수의 지역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 번도 좋은 환경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재생(?)하겠다는 건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도시의 노후 환경은 선진외국의 도시재생 대상지와 달리 주거밀집지역이 많고, 대부분의 집들은 수선이나 개축 정도로는 환경개선의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편익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대상지의 환경이나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이나 주민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진행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토지나 건물 소유자들이 정말 바라는 것은 그들의 재산가치가 올라가는 것이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구성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세입자들의 권익보호에만 매몰된 채, 정작 지역의 환경 수준을 높이는 일에는 소홀해지기 쉬운 점도 지적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미래의 도시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도시의 재생이 되어야 한다. 부분적인 골목치장이나 겉보기식의 공동체사업만으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미래를 위한 도시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정부의 예산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특별'사업이다. 시범사업의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정부가 자칫 계몽적으로 사업을 지도하고 감독해야한다는 경직된 사고로는 사업의 지속성이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제대로 경험을 쌓은 도시재생전문가들이 태부족한 상태에서 공공이 해야 할 역할도 있겠지만, 언제까지 국가의 인력과 예산을 민간의 재산보전에 투입할 수 있겠는가? 유연한 사고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미래의 도시재생사업은 민간의 자본이 투입되고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참여에 의해 발전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양윤재 대우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