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시아 땅이지만 한반도는 극심한 가뭄인데 반해 스리랑카와 대만, 중국 남동부는 끔찍한 홍수가 휩쓸었다. 인도 남녘 끝인 방갈로르(Bangalore)와 마드라스(Madras) 건너편 인도양에 눈물방울처럼 떠 있다고 해서 속칭 '인도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나라가 스리랑카다. 하지만 Sri는 현지 토속어로 '훌륭한, 경건한', Lanka는 '휘황찬란한'이라는 뜻이다. 그런 'Sri Lanka' 6만5천여㎢ 국토를 무색하게 만든 건 지난달 하순의 대홍수다. CNN은 지난달 29일 스리랑카 남서부 폭우로 151명이 죽고 111명이 행방불명, 50만명이 고지대로 피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수도 콜롬보 남동 100㎞, 보석 가공 중심지로 유명한 라트나푸라(Ratnapura)의 피해가 극심해 주택과 도로가 거의 황톳물에 잠겼다. 그건 2003년 이래 최악의 스리랑카 홍수 피해라고 했다.
3만6천㎢ 땅의 대만도 17년만의 홍수에 휩쓸렸다. 지난 3일까지는 타이베이(臺北) 북동쪽 대만 제일의 문호(門戶)인 지룽(基隆)을 비롯해 대만 철도와 도로교통 요충지이자 국제상항(商港)인 화롄(花蓮), 그리고 진먼다오(金門島)의 피해가 심했고 4일엔 대만 중남부 까오슝(高雄)과 차오저우(潮州) 등도 가옥과 교량 붕괴,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막심했다. 그런 대만 폭우를 지난 3일 중국 CCTV는 '홍수 광습(狂襲)'→'홍수가 미친 듯이 습격했다'고 했고 '재앙이 심하다(災情嚴重)'고 보도했다. 중국 남부 역시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폭우 피해가 심했다. 3일 낮까지 푸졘(福建)성 성도(省都)인 푸저우(福州)와 룽옌(龍岩), 장시(江西)성 지안(吉安) 등이 홍수에 잠겼고 후난(湖南)성의 유명한 과일농사도 폭우 피해로 망쳤다.
모스크바는 또 폭풍우 피해가 심했다. 지난달 30일 폭풍우로 모스크바 시내 가로수 등 수목 3천500 그루가 쓰러지는 바람에 차량 1천500대가 깔려 찌그러졌고 16명이 사망, 168명이 부상했다고 CNN 뉴스가 지난달 31일 전했다.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자기 생애 최악의 폭풍우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늘 우리 땅엔 비가 온다는 예보다. 단비가 내린다면 그건 필시 조국을 수호하다가 비명에 가신 아아, 현충일 영령들 음덕일 게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