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dementia(백치·치매) 앞엔 수식어가 붙는다. 'senile dementia(노인성 치매)'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무가베(Mugabe) 대통령은 재작년 9월 의회 개막연설 때 그 이전(8월)에 읽었던 일반교서 연설 원고를 반복해 읽은 망발을 연출했다. 그 때가 91세. 올해로 30년째 집권이다. 지난 1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도 치매 아닐까. 미국 국민은 그를 '국가적인 수치'라고 했다. 그럼 60대 치매는 중년성 치매일까. 1970년대 미국의 아이돌(우상)이었던 가수이자 배우 데이비드 캐시디(Cassidy)가 자신의 치매증세를 고백한 건 지난 2월 예능잡지 'People' 인터뷰였고 67세다. 그는 70년대 TV 홈드라마 '파트리지(partridge) 패밀리'에서 장남으로 연기, 일약 유명세를 탔다. 파트리지는 '반시(半翅)'라는 새다. 그런데 그의 조부모도 치매였고 모친인 배우 이브린 워드도 치매를 앓다가 2012년 89세로 작고했다.
치매(癡매)란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자다. 말뜻의 범위야 넓다. 그런데도 일본에선 이 말을 기피해 엉뚱하게도 '인지증(認知症:닌치쇼)'으로 바꿔버렸고 중국에선 '어리석을 매'자가 아니라 '태'자다. 따라서 '치매'가 아닌 '치태'고 '치태'라는 말을 거꾸로 '태치(매癡:따이츠)'라고도 부른다. 어쨌거나 70~80대에도 사진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두뇌 능력을 유지할 수는 없을까. 그걸 정신의학에선 '포토그래픽 메모리'라고 일컫지만 그런 뇌 혁명을 겨냥한 연구는 활발하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 연구팀은 타액으로 알츠하이머 증상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했고 미국 바이오의약계의 바이오젠(Biogen)사는 뇌의 유해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작년 9월 영국 과학지 'Nature'에 발표했다. 물리적인 뇌 청소가 가능하다는 거다.
문 정권이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며 본인 의료비 부담을 10%선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 고무적인 국가 보건정책 낭보를 간호하는 가족은 물론 치매 환자 본인들까지 지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랴. 하지만 치매 환자의 뇌 속은 칠흑처럼 캄캄하다. 그 어두운 머리 속들을 명도(明度) 높게 밝혀줄 세상은 도래할 수 있을까. 금세기 안엔 그리 될지도 모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