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아침 출항 옹진훼미리호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첫 입항7
경영난으로 운항이 중단됐던 백령도 오전 출항 여객선이 3년여 만에 재개됐다. 6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로 이날 아침 백령도에서 출발한 여객선 옹진훼미리호가 입항한 가운데 승객들이 짐꾸러미를 들고 여객선에서 내리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육지 오가는 유일교통수단
배없어 2박3일 일정 '불편'
재정난 끊긴지 3년만 부활
관공서·병원등 '주민의 발'


6일 오전 7시 30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452t급 여객선 '옹진훼미리호'가 첫 출항을 알리는 고동 소리를 울렸다.

2014년 11월 재정난으로 끊긴 백령도 아침출발 여객선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였다. 사람 구경하기 어려웠던 용기포의 아침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여객선은 운항 첫날 150명의 승객을 태우고 대청도·소청도를 거쳐 인천항으로 떠났다. 2박 3일 생활권이 1박 2일 생활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인천항에서 222㎞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는 5천600여명의 주민과 군인이 살고 있다. 육지를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여객선인데 그동안 백령도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여객선이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주민들은 오후 1시 출발 여객선을 타고 인천항에 도착하면 오후 5~6시가 되는 터라 다음날 볼일을 보고 그 다음 날 아침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백령도로 돌아와야 했다. 이번 옹진훼미리호 취항으로 주민들은 아침 배를 타고 점심에 인천에 도착해 다음날 오전까지 볼일을 보고 오후 1시 백령도로 돌아가는 배를 탈 수 있게 됐다.

옹진훼미리호를 탄 이재희(59·여)씨는 "그동안 관공서나 은행·병원에서 간단한 일을 보려고 해도 3일이나 걸려 너무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을 잡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고려고속훼리 소속 옹진훼미리호는 2002년 노르웨이에서 건조된 여객선으로 길이 44m, 선폭 11.2m, 여객정원 354명이다.

2층으로 구성된 선실내부 좌석은 앞 뒤 간격을 넓혀 발을 편하게 뻗을 수 있었다. 4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석도 1층에 16개, 2층에 12개 설치돼 있다. 최고속도 28노트(51㎞/h)로 기존 하모니플라워호(최고속도 45노트)에 비해 느린 편이라 운항시간은 5시간가량 소요됐지만 정숙함이 돋보였다.

중간 기항지인 소청도와 대청도에서는 승객보다는 인천으로 보내는 각종 수산물을 옮겨 싣는 주민들이 더 많았다. 옹진훼미리호의 화물 적재량은 5t이다. 서해5도의 싱싱한 해산물을 낮 시간대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객선 취항은 많은 것을 바꿨다. 백령도 군부대 장병들은 아까운 휴가 첫날 오전을 허비해야 했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이날 150명의 승객 중 군인만 30명이었다.

정수용 해병대6여단장은 "먼 지방에 사는 장병들은 오후에 인천항에 도착해 다시 버스나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가면 늦은 밤이 됐다"며 "면회객들의 편의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근 소청도와 대청도와의 접근성도 편해졌다. 아침 배를 타고 소청도나 대청도에 갔다가 오후에 돌아오는 배를 타고 백령도로 돌아오는 1일 생활권이 됐다. 인천시의료원 백령병원 이두익 원장은 "의사들이 대청도나 소청도 순회진료를 가면 1박 2일이 소요돼 병원에 공백이 있었지만, 이제는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옹진훼미리호는 낮 12시 30분 인천항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나와 첫 승선의 주인공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옹진훼미리호의 적자분을 보전한다.

고려고속훼리 김승남 대표는 "군사적·지리적으로 특별한 백령도 주민들의 발이 되겠다"며 "주민들의 전용선이라 여기고 많이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백령도/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