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 앞두고 '사면초가'
도의회 '부적격자'로… 노조는 '자질' 의심
결단 빠를수록 좋다… 늦어지면 일 더 꼬여

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을 두고 남경필 경기지사가 장고(長考)하고 있다.
홍정표.jpg


남 지사가 지목한 사장 내정자는 아군(我軍)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의회는 물론이고 도시공사 노동조합까지 길을 막는다. 임명장을 주는 순간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이다. 남 지사의 처지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지경이다.

내정자는 인천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을 지냈다. 그만두고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 민간업체로 가 고액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공사에서 자리나 지키다 물러나 관련업계의 예우를 받았다는 게 그에 대한 부정론의 요체다.

도의회가 주목하는 것은 정치적 편향성이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다는 의문을 거두지 않는다. 불경하게도 이를 어물쩍 넘기려다 괘씸죄가 더해졌다. 청문회에서 망신을 주며 실컷 두들기더니 '부적격자'라고 낙인 찍었다.

공사 노조는 자질을 의심한다. 성과도 못 내는 무능함에 도덕성에도 흠결이 있다는 거다. 임명하면 가만 안 있겠다고 돌아가며 피켓시위를 한다.

취임이 늦어지자 시민·사회단체가 가세해 반대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에 대한 긍정론은 찾아볼 수 없고, 동정론마저 들리지 않는다.

사장 내정자의 갈등 드라마는 본방보다 예고편이 더 요란했다. 전임자의 퇴장 과정을 보면 이해가 쉽다.

전임 사장은 지난 3월 임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의 돌연한 퇴임을 예상한 이는 매우 적었다. 의외였다. 중도에 사표를 던질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재임 중 부채를 절반 아래로 줄였고, 공사는 최우수 공기업 상을 받았다.

갑자기 짐을 싼 이유라는 게 더 이상하다. 지사 임기가 내년 6월이라 후임자가 1년은 할 수 있도록 하려 사표를 냈다고 한다. 남은 임기 꽉 채우고 지사 그만둘 때까지 6개월 더 뭉개려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

이상한 말이 돌았다. 특정 지역 출신 지사 측근들과의 불화설이 파다했다. 이런저런 민원을 모른 척해 찍혔다는 게 팩트(fact)인 양 번졌다. 도청과 공사 주변에는 국토부 출신 인사의 사장 내정설이 날아다녔다. 도의회와 노조는 전임 사장의 퇴임에 강한 의문과 불만을 제기했고, 후임 인선 때 두고 보자고 벼른 것이다.

도의회가 어깃장을 놓고 노조가 막아서도 사장 임명은 가능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청문 결과 통보서는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다. 참모들도 임명장을 빨리 줘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래도 남 지사는 망설인다. 임명장을 주고 나면 닥치게 될 태풍의 강도를 가늠해 본다. 레임덕은 그렇다 치고, 연정(聯政)은 어찌 될까. 저녁 잠자기 전 결심이 아침이면 달라진다.

도의회는 이참에 지사를 옭아매려 벼른다. 연정 파괴 카드는 북한 김정은이 쥔 핵폭탄급 위력이다. 하반기, 줄줄이 나올 산하기관장 인선에 슬쩍 발 담그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잘만 하면 기관장 몫도 지분으로 챙길 수 있겠다는 그림을 그려 본다.

공사 노조의 목소리도 부쩍 커졌다. 인력을 늘려 달라고, 노동 이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본부장들의 내부 승진을 확대해야 한다는 추가 주문서까지 내밀었다. 새 수장 임명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걸 세상이 모를 리 없다.

도의회는 이달 중순까지 밖으로 나돈다. 당분간 휴업 상태다. 남 지사는 얼마간 짬을 벌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다. 곧 선택해야 한다. 버리느냐, 마느냐.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자꾸 늦어지면 부담만 커지고, 일은 더 꼬일 것이다. 장고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이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불행히도 맞는 경우가 많다는 걸 우리는 경험칙(經驗則)으로 안다. 남 지사가 다시 시험대에 섰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