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5년 말 이장희와 윤형주를 비롯해 당대 유명 가수 8명이 구속된 것을 필두로 1976년 초까지 100여 명의 연예인이 대마초 연예인으로 분류돼 입건됐다. 그 가운데 수십 명은 구속됐고, 대마초 파동에 연루된 신중현은 물고문을 받고 수감 되기도 했다. 신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수감된 정신병원에서 서대문 구치소로 이감되자, '차라리 여기는 극락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마초가 마약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대마초의 규제와 처벌을 엄격히 집행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대마초 흡연이 불법이 된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섬유용(삼베)으로만 재배되던 대마가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5년께부터 '도취감을 일으킨다'는 물질로 전파돼 대마초 흡연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기지촌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마초 사용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속법규가 없어 단속을 하지 못했고, 1976년 '대마관리법'이 본격적으로 제정된 이후 정부가 대마 흡연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전개, 대마 흡연자 1천460명을 적발하는 등 단속을 강화했다. 그러자 1980년부터는 대마초 사범이 대폭 감소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필로폰 밀제조량이 급증하기 시작해 연간 수십 kg 미만이던 국내 압수량이 1975년도에는 104㎏에 이르렀다.
연예계 대마초 사건은 한동안 잠잠해 졌다가도 다시 터지곤 한다. 최근 인기그룹 빅뱅의 탑(최승현)이 대마 흡연 혐의로 의경 복무가 정지되자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의식까지 잃는 일이 발생했다. 가수 가인은 대마초를 권유한 지인이 있다며 이를 SNS에 폭로하기도 했다. 대마초에 손을 대는 연예인들은 연예계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인기가 치솟을수록 공허감도 커지는데 이를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토로한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는 소속 연예인들의 몸매 관리만 시킬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주치의를 둬서 이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 지속적이고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