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로 차도가 좁아졌고, 반면 대형 차량 통행이 급증하면서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인천시와 시공사는 시민들의 '교통안전 대책'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3시 서울지하철 7호선 석남연장(2공구)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백마장사거리 횡단보도에 녹색 보행자 신호가 켜졌다.

원적산터널쪽에서 달려와 백마장사거리 공사 현장에서 원적사거리로 우회전하려는 25.5t의 볼보 덤프트럭이 녹색불이 켜진 횡단보도에 갑자기 바짝 차를 세우자 행인들이 놀라 잠시 멈춰섰다가 트럭을 피해 길을 건넜다.

그 사이 부평구청쪽에서 백마장사거리로 달리던 586번 마을버스는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월천사거리 방면으로 우회전했다.

이곳 서울지하철공사 7호선 석남연장 공사장에서 벌어지는 교통위반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주민들은 "공사 이후 횡단보도상 신호위반뿐 아니라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일이 잦다"며 "무엇보다 어린 자녀와 노약자의 횡단보도 사고 위험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산곡동에서 50여년 동안 살았다는 이양숙(75·여)씨는 "해야 하는 공사니까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늘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백마장사거리의 횡단보도 신호·정지선 위반은 지난 2014년 시작된 지하철 공사 이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하공사로 편도 3~4차로였던 도로가 2~3차로로 줄어들면서 교차로를 통행하는 차량의 교통신호위반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6일 오후 5시49분께 백마장사거리에서 보행자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던 56살 여성이 레미콘 차량에 부딪혀 쓰러진 뒤 같은 차량의 앞바퀴에 머리가 깔려 숨졌다.

사망 사고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시공사의 추가적인 안전대책은 없었다.

이 현장을 담당하는 인천시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이달 초에 시민 민원으로 알게 됐다"면서도 "구조적 문제로 인한 사고가 아닌 것으로 조사돼 추가적 안전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