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행정·재정·교육·경찰·입법권한 마련
지역주민 스스로 운명 결정하는 제도 필요
6월 항쟁의 동영상과 사진도 보았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청년은 이제 머리숱이 듬성한 중년 사내로 바뀌었고 최루탄 연기가 가득한 곳을 내달리던 학생들은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둔 부모가 되었고, 시위대에게 빵과 음료수를 전하던 상인과 직장인은 중년층이 됐다.
예전 같으면 결의에 찬 기념식이 촛불민심으로 이루어낸 새정부의 탄생으로 6월항쟁 30주년을 맞는 기분도 가볍고 즐거웠다. 참여한 시민들의 표정도 밝았다.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자신감과 함께 비정상의 나라에서 정상적인 나라로,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는 사회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더 뜻깊은 자리였다.
30년전 6월 전국으로 저항의 불길이 확산된 가운데 수원도 예외일 수 없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민과 종교인, 청년학생들이 영동시장입구, 화서동 사거리, 수원역 등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가득 메우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 그날의 함성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당시 광장과 거리는 시민들이 모였고, 격론하는 민주주의 투쟁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1987년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동시에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그로부터 딱 30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사이, 사회경제적으로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몇 차례의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점진적 민주주의도 이루었다. 또한 지방자치 역시 20여 년의 경험을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비민주적 요소가 남아있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이 같은 문제는 근원적으로 과도한 중앙집권과 이를 효율적으로 견제·감시하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앙집권체제의 개혁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지방분권 개헌으로 가야 한다. 선진국은 모두 지방분권의 헌법구조로 되어 있다.
지난 7년 가까이 수원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지방정부의 현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지방재정의 자율운영이 기본인데 권한을 빌미로 중앙에 종속시키고 중앙정부가 하라는 일만 하게 만들었다.
수원시는 2011년 7월 '자치분권 수원선언'을 시작으로 지방분권형 개헌 국민행동 창립, 자치분권협의회 출범, 지방분권개헌 대국민토론회, 전국 지방분권 전문가 간담회 등 최근까지 50여 차례의 토론회와 워크숍을 열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방분권 개헌의 대안을 마련해 왔다. '2할 자치', '중앙정부 출장소'로 불리는 지자체 현실의 절박함 때문이다.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지방분권과 자치의 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좀 더 담대한 국가 비전과 국정 운영 모델을 제시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 '민주화'에 초점을 맞춰 제정된 현행 헌법이 30년간 극적 변화를 거듭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몸은 커졌는데 옷은 그대로이니 당연히 몸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 뜻이 최우선이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 이러한 촛불의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최우선과제는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이어야 한다. 중앙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자치행정·자치재정·자치교육·자치경찰·자치입법의 권한을 갖는 지방정부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역사다. 지역주민 스스로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헌법에 담아야 한다. 지방분권을 발전시켜야 진정한 6월 민주항쟁이 완성된다. 더 큰 민주주의의 완성은 진정한 지방분권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염태영 수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