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7일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Macron)은 1977년 12월생으로 39세다. 그런 그가 한 달 만에 프랑스 정계에 두 번째 토네이도 급 선풍을 일으켰다. 의원 0명인 그의 집권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Republique En Marche→전진하는 공화국)가 중도 민주운동당과 합세, 총선을 휩쓸어 제1 다수당이 된 건 세계 의회정치사상 유례가 없는 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마크롱의 승리를 victory explodes(승리 폭발)라고 했고 중국 인민일보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1차 투표에서 획승을 했다(法國總統馬克龍 首輪投票獲勝)'고 보도했다. 그 39세 청년이 대선과 총선 두 차례 기적을 창출한 비결이 뭘까. 우리 언론은 지난달 G7정상회의 때 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악수에서 악력(握力)을 과시하는 등 기죽지 않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프랑스의 자존심을 과시한 점을 들었지만 다르다.
지난 1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마크롱이 그 날 즉시 파리 엘리제궁에서 TV 연설을 했다. 연설 제목은 '지구를 다시금 위대하게 만들자'였고 전 세계를 겨냥, 영어 연설을 했다. "트럼프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도대체 지구의 장래를 외면하다니, 극심한 유감"이라고 비난했고 미국 과학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프랑스에 오시라. 함께 지구의 장래에 관해 논의하고 지구를 위대하게 만들자"고. 그러자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언론의 찬사가 빗발쳤다. '혜성처럼 등장한 엘리제궁의 UFO'라느니, (왜 모차르트인지는 몰라도) '엘리제궁의 모차르트'라는 등. 39세 마크롱 대통령의 그 날 TV 영어 연설이 바로 총선 석권까지 더블 미러클(겹친 기적)을 창출한 거다.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세상을 석권한다. 영국의 캐머런은 2010년 44세 총리였고 오바마는 2009년 48세에 44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캐나다의 트뤼도(Trudeau) 현 총리도 46세고 아일랜드의 리오 바라드카(Varadkar)도 지난 2일 집권당 당수가 됐고 곧 총리에 오른다. 바라드카는 마크롱보다도 한 살 적은 38세다. 아무튼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엘리제궁의 UFO가 어떻게 계속 번쩍거릴지 주목거리고 부럽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