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금광저수지 헬기로 급수불구 바로 스며들어 '저수율 2.3%' 꼼짝
年 3만t 공업용수 공급하던 화성 기천저수지 작년 10월부터 '중단'
댐에 물 채웠다 주는 방식아닌 '풍부한 곳에서 지원' 체질개선 시급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 12일 오후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헬리콥터가 날아왔다. 헬기는 저수지 위에 머물다가 이내 물을 쏟아 붓는다. 산불이 나면 저수지에서 물을 퍼서 불을 끄던 헬기가 반대로 저수지에 물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말라붙어 쩍쩍 갈라져 있던 저수지 바닥은 헬기에서 쏟아낸 물을 금세 빨아들였다. 이날 헬기가 44t의 물을 금광저수지에 쏟아부었지만, 저수율은 2.3%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수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심각' 단계에 접어드는데, 저수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 중인 금광저수지는 아예 저수지 기능을 잃었다. 금광저수지로 흘러들던 개천들도 말라붙으면서 물가에 설치해 둔 고무호스들은 납작하게 찌부러져 있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전국적으로 단비가 왔지만, 안성지역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고작 4.5㎜였다. 비가 내려도 메마른 땅에 곧바로 스며드는 강수량이다. 겨우 모내기를 마친 논들은 또다시 하얗게 갈라졌다. 양파 등 채소들도 누렇게 말라 갔다. 그나마 물기를 머금고 있는 논밭들은 양수기를 설치해 지하수를 퍼올린 곳이다. ┃그래픽 참조
이같은 상황은 도내 최대 유효 저수량(2천91만t)을 보유하고 있는 용인 이동저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동저수지의 이날 저수율은 16.9%. 드넓은 저수지 대부분은 바닥을 드러냈다. 저수지 중간 중간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대형 낚시 좌대들만이 원래 이곳에 물이 가득 찼던 곳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고갈되면서 도내 일부 저수지들은 공업용수 공급마저 중단했다. 연간 3만t의 공업용수를 공급했던 화성 기천저수지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업용수 공급을 끊었다.
인근 레미콘 업체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양수기는 몸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 멈춰있다. 규정에 따라 저수율이 6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공업용수 공급을 끊고 농업용수만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공업용수 공급이 끊기면서 수천만원을 들여 많게는 물차 10대까지 동원해 콘크리트를 섞는 데 필요한 물을 실어 나르는 중"이라며 "가뭄은 이미 농사짓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저수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진 저수지는 29곳에 달한다. 안성 마둔저수지(1.6%)와 금광저수지(2.3%), 화성 보통저수지(4.5%) 등 7곳은 저수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농어촌공사는 이들 저수지가 사실상 물을 공급하기 어려워지자 하류 하천에 직접 물을 공급하거나 간이 양수장을 설치해 물을 공급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저수지나 댐에 물을 채웠다가 논·밭에 공급하는 형태로는 이제 가뭄피해를 막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물이 마르는 지역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