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차고지 모자이크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송도 국제업무지구(IBD)에 화물차들이 불법 밤샘주차 되어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NSIC 소유 '금싸라기 부지'
밤되면 불법주차 명소 전락
주민들 교통사고 위험 불안
연수구, 단속 등 관리 '뒷짐'


송도 국제업무지구(IBD) 한복판 주거·상업시설 개발 예정 지역이 대형 화물차량과 건설 장비의 '밤샘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법령이 정한 지역이 아닌 장소에서 화물차의 밤샘주차가 금지돼 있지만 관할 기관은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8시. 코스트코 송도점 북측 길 건너편 대지에 대형 화물차 35대와 건설장비 3대가 승용차 80대와 함께 주차돼 있었다.

국내 대형 해운 선사의 로고가 새겨진 파란색 컨테이너를 실은 볼보 화물 트럭, 25.5t 중량의 벤츠 덤프 트럭, 포클레인 2대 등 화물차량·건설장비뿐 아니라 45인승 버스 1대, 캠핑 트레일러 3대 등이 일렬로 세워져 있었다. 언뜻 보면 주차장으로 보이지만, 주차 관리시설과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송도동 34-1, 3의 1만7천㎡ 땅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소유의 준주거 용지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송도점 개장을 앞둔 지난 1월 NSIC와 계약을 맺은 이후 약 2달간 이 땅을 임시 주차장으로 썼다. 토지 사용계약이 끝난 이후 화물차 등 각종 대형 차량의 출입이 시작됐다.

포스코건설 인천사옥 인근에서 만난 통근 버스 운전사는 "퇴근 시간이 되면 오만 차들이 다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렇게 3.3㎡당 800만원이 넘는 국제업무단지의 땅은 대형 차량의 '주박차 명소'가 됐다.

주차장으로 전락한 이 땅의 가장 큰 문제는 '사고 위험'이다.

주차된 승용차의 상당수가 가족단위로 오는 코스트코 이용객인데, 화물차와의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화물차가 출입하는 곳에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배치되는 신호수도 없다.

코스트코 송도점 관계자는 "주차장 계약이 지난 2월 말로 끝났고, 우리 땅이 아니어서 관리 권한이 없다"고 했다. 땅 주인 NSIC 역시 뚜렷한 대책을 내지 않고 있다.

주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61·여)씨는 "집에서 내려다 보면 화물차 수십 대가 늘 주차돼 있고, 고기잡이 배가 들어온 적도 있었다"며 "집 앞에 대형 차량이 많이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에 밤샘 주차하는 화물차는 단속 대상이다. 화물자동차법은 화물차가 등록된 차고지, 화물터미널 등에만 주차할 수 있게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화물차 운전자는 과징금 10만~20만원, 운행정지 5일의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단속 권한이 있는 연수구는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상황 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이곳을 단속하면 이 차들은 차고지가 아닌 또 다른 나대지나 길가에 차를 댈 것"이라며 "교통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거나,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굳이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