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가다-우영승 대표
도시재생 스타트업 '빌드'의 우영승 대표. 시흥시 월곶에 자리 잡는 빌드는 브런치 레스토랑인 바오스앤밥스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연계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원근 기자 lwg33@kyeongn.com

우영승 대표, 시흥시 정책자문위원 활동 '월곶과 인연'
상권 공실률 높지만 교통·환경 좋아 '변화 가능' 판단
월곶맘 위한 브런치 카페 '바오스앤밥스' 첫번째 도전
'시흥 낙후지역 개선' 청년창업 교육사업도 지속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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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월곶에 자리 잡은 '빌드'는 도시재생 스타트업이다. 흔히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어렵고 규모가 큰 사업을 떠올리게 되지만, 빌드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빌드의 목표는 지역민과 자원을 연계한 사업을 통해 회사와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오스앤밥스'라는 브런치 매장 개장과 지역 교육사업 등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이다.

우영승 빌드 대표는 "지속가능 하게 도시가 변화하려면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며 "빌드는 사업주체 뿐 아니라 지역민들이 함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곶맘프로젝트
지난해 10월29일 월곶예술공판장에서 빌드와 월곶맘들이 함께 한 '1차 월곶맘 프로젝트'. /빌드 제공

'도시재생'은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생겨난 낙후된 도시를 부흥시키는 도시 사업을 뜻한다. 도로·건축 정비, 주거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된다. 2013년에는 '도시재생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지자체에서는 도시지원센터를 설립, 도시재생을 할 수 있는 민간업체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다.

우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은 관과 민의 역할이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가 하려는 도시재생사업은 공공기관과는 다른 방식"이라며 "관에서는 인프라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민간에서는 소비를 개선하고 외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관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인프라 산업과 민간 영역에서의 도시 재생을 위한 수익성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지역주민과 만나는 민간 주체를 잘 발굴해야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곶맘 프로젝트 1차
지난해 10월29일 월곶예술공판장에서 빌드와 월곶맘들이 함께 한 '1차 월곶맘 프로젝트'. /빌드 제공

우 대표가 구상 중인 사업의 핵심은 '시민 자산화'다. 특히 이들은 도시재생 사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이다.

빌드는 지역민들이 건물을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민들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자는 문제 인식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우 대표는 "시민 자산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라며 "브런치 매장을 개장한 것도 콘텐츠 사업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도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발전을 하다가 성장이 멈추는 시대가 온다. 이때 지역민들에게 고루 분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민간 주체들이 생겨나야 한다"며 "벤처 기업 등 민간 주체들이 이익창출 뿐 아니라 지역 생태계를 위해 내수시장이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빌드 멤버
'빌드'의 팀원들. /빌드 제공

연세대 전기전자과를 졸업한 우 대표는 학부 시절 사회적 벤처기업 육성을 돕는 '언더 독스'의 공동 창업자로서 창업 및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경험을 쌓았다. 2014년부터는 시흥시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월곶과 인연을 맺었다. 이것이 그가 월곶을 기점으로 빌드를 설립하게 된 이유가 됐다.

이들에게 월곶은 '기회의 땅'이었다. 우 대표는 "월곶과 인접해 있는 인천 논현동이나 배곧은 인구 밀도가 높고 정주 인구도 많은 편"이라며 "생각을 바꿔 이 두 도시로부터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사업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월곶 인근 상권은 공실률이 높은 편이지만 반대로 다른 지역에 비해 땅값과 집값은 낮은 편"이라며 "해안가라는 좋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고 교통도 나쁘지 않았다. 여러 사업적 검토를 했을 때 월곶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바오스&밥스
첫 번째 매장 '바오스앤밥스'. /빌드 제공

이렇게 월곶을 선택한 우 대표는 사업을 위한 콘텐츠의 방향을 '여성'으로 정했다. 이 지역이 아이를 둔 가정 비율이 50%로 다른 곳보다 높다는데 주목했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아이를 낳으면 여성들은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개인의 삶은 없어진다"며 "여성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친밀감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1호점은 '바오스앤밥스'라는 브런치 매장이다. 수유실과 놀이 공간 등을 만들어 아이들과 어머니가 편하게 가게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매출도 주변 지역보다 2.5배 정도 높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북카페도 개장할 예정이다.

우 대표는 "어머니들 스스로 자기 개발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어머니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선정해 매장을 꾸미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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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서바이벌 동거동락. /빌드 제공

이곳은 도시 재생을 위한 교육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청년 서바이벌 동거동락'이다. 지난달 열린 이 행사는 시흥시의 경기청년협업마을이 주최하고 빌드가 주관했다.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시흥 지역에서 낙후됐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는 곳을 활성화하고 지역 청년들에게 창업을 실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빌드가 시흥시의 이슈 10가지를 제시하면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이슈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1회 행사 때는 '컨셉박스'라는 팀이 시흥시 관광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아이템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며 "현재 아이템을 현실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단발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청년 창업가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 대표는 또 "비록 출발이 작은 로컬벤처지만, 세계적인 성공케이스가 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계획"이라며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을 새로운 아이템들이 샘솟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회사를 운영하면서 통장 잔고가 비거나 팀원들과 의견이 맞지 않는 등 여러 어려운 순간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처음 생각했던 것을 잊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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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