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후 폐지해도 늦지 않아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위해
정권 초월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기구 필요하다는 목소리 높지만
신정부에선 논의 안돼 아쉬워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시도교육감 중에서는 가장 먼저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거론한 바 있는데, 경기지역 내 외고와 자사고를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특목고의 폐지는 교육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김상곤 교육부총리 내정자도 같은 입장이어서 폐지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 논쟁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문제로 이번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고·자사고에 대한 비판은 이들 학교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고의 학습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물론, 이들 학교가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명문대 입학생을 늘리는 입시전문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진보성향의 교원 및 학부모 단체에서는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위기론'을 잠재우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할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일괄적인 폐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외고·자사고를 전부 없앤다 하더라도 일반고에 배정되는 인원은 한 학급당 한 두 명 선에 그칠 것이고, 이 정도로 학습 분위기가 나아질 리 없다는 교육 전문가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 간 학업 능력의 격차가 커져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고 하향평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외고·자사고의 폐지가 노무현 정부는 물론 신정부가 중시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외고·자사고 폐지 시 지방의 교육환경 수준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서울의 경우 한 동안 잠잠했던 소위 '강남 8학군'이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번 근본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외고와 같은 이른바 특목고의 설립 취지는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이며, 자사고는 '일반 고등학교들과 달리 학교 운영과 교육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고등학교'이다. 현재 이들 학교가 본래의 설립 목적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제도적으로 개선 작업을 시행하고 난 뒤 폐지 결정을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특목고는 과고, 외고, 체고, 예고, 국제고 등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외고와 국제고만 폐지 한다는 것 역시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사교육 문제가 특목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기에 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정책은 계속 바뀌고 있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불안하고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갖기 위해 정권을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주목받지 못해서인지 신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는 것이 아쉽다.
교육정책은 정치와 상관없이 연속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수시로 뒤바뀌는 정책 하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믿고 자녀들의 교육을 맡기기 어려울 것이다. 초저출산 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가 미래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 양성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