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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 웜비어 이름에 'worm beer(맥주에 뜬 벌레)'부터 떠올렸다. 그랬는데 그 곱상한 미남 청년이 북한 억류 1년5개월 만인 지난 13일 송환된 후 불과 6일 만인 19일 오후(한국시각 어제 새벽) 숨지자 미국 언론에 뜬 이름은 warmbier였다. 놀랍게도 '따뜻한 관, 시체'라는 뜻이다. 이름이 왜 그랬을까. 아무튼 그의 죽음을 미국 언론은 '오토 웜비어의 coma dies(혼수상태의 죽음)'로 1면 머리(워싱턴포스트) 등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어떻게 멀쩡한 22살 청년을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 죽게 하느냐는 분노였다. '북한은 그런 잔인하고 끔찍한 고문을 자행하고서도 식중독에 수면제를 먹었다고 했다니, 치가 떨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야 알았는지 '잔혹한 정권'이라고 했고 어제 중국 CCTV도 웜비어→와모비이(瓦姆比爾:와무비얼)의 죽음을 논평 없이 보도했다.

북한엔 미국이 불구대천지 원수다. 유치원 때부터 철두철미 반미 세뇌교육에다가 입만 열면 '미제(美帝) 승냥이들을 때려잡자. 조선반도에서 미국 놈들을 몰아내자'며 악을 쓴다. 그런 북한을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했고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는 '역사와 문명에서 하차한 나라, 역사에서 미끄러져 내린 괴물 같은 나라'라고 비난했다. 2015년 9월 북한을 방문했던 페이스북 간부 에릭 쳉(Tseng)은 또 블로그에 올린 기행문에서 북한을 가상의 독재국가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에 비유했다. '헬(hell) 조선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구인은 증언한다. 생지옥(living hell)을 중국에선 '살아있는 지옥(活地獄:후어띠위)'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지옥이 바로 북한이라는 거다.

그런 북한이 오매불망 갈망하는 게 한·미간의 툴툴거리는 불화→뒤얽히는 갈등→삐걱거리는 알력이다. 북·미간의 적대시가 제발 한·미간으로도 옮아가 찌그러지고 뒤틀리다가 아예 깨져버리기를 바라는 거다. 왜? 그래야 주한 미군이 철수하고 그래야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 무력 적화통일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한 달여 만에 벌써 들리는 한·미간 불협화음에 저들은 손바닥이 깨지도록 손뼉을 쳐댈 게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