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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북한강 변에 매월 첫째·셋째 주 토·일요일엔 어김없이 장터가 열린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리버 마켓(River Market)이다. 오전 10시께 장사를 시작해 오후 7시께 파한다. 첫 선을 보인 2014년 봄날 20여 개 점포가 지금은 150여 개로 7배 이상 늘었다. 양평에 터 잡고 사는 예술인과 지역 주민들이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게 시발이었다.

6월 초여름에 둘러본 리버 마켓은 색다르고 신선했다. 물건 파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친구·형제 처럼 살갑다. 상인은 호객하지 않고, 마케팅도 요란하지 않다. 30대 주부가 유기농이냐고 묻자 아니라면서 대신 잘 씻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급한 게 없고, 다툴 게 없어 보였다. 손님과 주인 사이에 친밀한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강변 나무 그늘에서는 텐트를 친 젊은 가족이 푸른 5월의 멋과 여유로움을 즐겼다.

이날 마켓을 찾은 사람은 2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1㎞ 남짓 노점 거리는 오가기 불편할 정도로 사람이 넘쳐 났다. 주차 요원만 10여명이 넘었는데, 차를 유도하고 사람들의 안전을 돌보느라 바빴다. 입구 초입에 긴 줄이 늘어서 가보니 컵라면과 김치를 공짜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수공예품과 농산물을 파는 점포가 많았고, 먹거리가 군데군데 구색을 갖췄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산 노란 참외 1만원 어치가 제법 묵직했다. 5천원을 받는다는 도자기 체험 부스에서는 개량 한복을 입은 도예인이 능숙하게 손발을 놀렸다.

리버마켓은 중고품을 가져와 팔거나 교환하는 플리마켓(flea market)과는 다르다. 공방이나 농민들이 직접 만들고 생산한 물품·농산물을 판다. 둘째 주 토요일엔 여주 도자 세상으로, 넷째 주 토요일엔 충북 충주 목계나루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다. 모두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손님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 외지인들이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서종면사무소 옆 메밀국수 집과 문호리 커피 전문점은 덩달아 명소가 됐다. 내 지역 맛집과 관광지를 알릴 특급 도우미다. 잘 나가는 리버 마켓,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해 볼 일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