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재난 빈발 삶 위협 받고 있어
공공부문 역할 늘어날 수밖에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기본적 복지수요 충족해 주며
국민생활 안전과 질 높여줘야
정부는 실업난과 경기회복을 위해 일자리추경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청문회 정국에서 야당이 예산심의를 거부하며, 7월 국회로 넘어갈 듯하다. 국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추세가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만큼 엄중한데 한국경제에 몽니 부릴 여유가 남았다고 생각하는가?
지역에서는 지방소멸을 걱정한다. '지방소멸'은 일본 '地方創成會議' 의장 마스다 히로야가 쓴 책 제목이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40년이 되면 1천800여개 자치단체 중에서 896개가 소멸된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심각한 지역 현실을 외면하자 47개 도도부현 지사들이 2014년 7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지방창성본부를 설치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출산 고령사회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보고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는 '지방소멸위험지수(가임기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를 산출하고, 인구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하는 지수 0.5 이하 지역이 2016년도에 이미 84개라고 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소멸지역분석에서 인구감소위험 자치단체가 57개라 한다. 비수도권의 속도와 폭이 크다고 경고한다.
저출산 고령사회가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국민들은 팍팍한 일상에 내일을 생각하기 어려운데, 정부와 국회는 정파적 이해와 단기적 정책에 매몰되어 10년 앞도 못 내다본다. 임진왜란에 앞서 10만 양병설을 외면하고, 전쟁의 위험을 알고도 파당의 벽을 넘지 못했던 조선조 집권세력의 행태가 오늘에 어른거린다.
저출산 고령사회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소비도 줄며 경제규모의 축소재생산이 나타난다. 인구감소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고령사회의 모습은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 등에서 이중적으로 나타나며 지방소멸이 거론되는 까닭이다.
저출산 고령사회에의 대응은 국가 차원의 출산율제고정책과 별개로 지역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젊은이가 서울 등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도 삶의 터전을 잡고 가정을 꾸리며 아이를 낳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택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여건도 조성해야 한다. 육아와 교육에 차별이 없어야 하고, 문화적 기반도 정비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일자리창출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감세·민영화·작은정부를 기조로 하는 신자유주의정책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결과이다.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노년, 육아와 교육에 찌든 중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 속에서 소비감소가 구조화된 한국경제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자리는 민간부문이 만든다는 논쟁은 한가하다. 자본주의경제에서 민간부문이 주축인 줄 모르는 사람도 있나. 투자 없는 성장,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며 소수의 대자본만 높은 이익을 향유하는 현실에서 늘어나는 실업인구를 방치하란 말인가. 저출산 고령화도 심각하고, 각종 재난이 빈발하면서 국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공공부문의 역할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의 일자리창출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고령사회의 기본적 복지수요를 충족하며 국민 생활의 안전과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對人 공공서비스를 위한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인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자리이다. 이를 위한 추경예산이라면 빨리 심의 의결해야 한다. 국민들은 청문회와는 별개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을 꼼꼼히 심의해서 삶의 안전망도 강화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좋은 정책이 실현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국회는 어떻게 답 하련가?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