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엎는 배추밭… 뒤집어지는 농심
가뭄과 폭염이 이어진 21일 오후 화성시 남양읍 수화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수확을 포기한 배추밭을 트랙터로 갈아 엎고 있다. 이 마을 이장인 박문준(63)씨는 "최근 가뭄과 무더위로 배추가 노랗게 타들어 가고 병해충이 발생해 인근 농가들이 배추 300t 가량의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가뭄피해 관련 정부지원대책도 없어 농심만 타들어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도내 농업용수 '저수율' 전국 최저
지하수 관정 '바닥' 업체 급수 속출
작황부진 오이 등 밭작물 50% ↑
항구적인 '수자원 관리체계' 필요


수자원 강국으로 일컬어지던 대한민국, 현재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수자원이 사실상 고갈되고 폭염까지 겹치면서 온 국민의 마음도 타들어 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가 누적되면서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소비자 물가 또한 치솟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그나마 내놓은 정책들은 재탕·삼탕이고, 장마 때까지만이라도 버티자는 식의 '땜질식 처방'도 효력을 잃었다. 하늘마저 말라 '마른장마'라는 말이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자연적 변인과 상관없이 수자원 고갈을 해결할 수 있는 항구적인 해법이 있다고 확신한다. 수자원 재이용, 지하수계 안정화, 수자원 관리체계 일원화 등이 그것이다.

이에 경인일보는 수자원 고갈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두 5편에 걸쳐 제시해보고자 한다. '수자원 고갈, 해법은 있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물 부족에 허덕이지 않는, 그래서 다시금 대한민국이 '수자원 강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21일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내 누적강수량은 168.1㎜로 평년(310㎜) 대비 54.2% 수준으로, 44년 만에 최저치다.

농업용수를 책임지는 저수지는 바닥을 훤히 드러내 보인 지 오래다. 경기도 내 저수율은 평년(53.2%)의 절반 수준인 26.5%로 전국에서 가장 낮으며 전국 평균 저수율(42%)도 '심각' 단계다.

공업용수도 사정은 마찬가지. 자체적으로 확보해놓은 지하수 관정이 메말라 급수차로 물을 길어 나르는 공장이 경기도 전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민간 살수차로는 감당이 안 돼 경찰·소방·군까지 '긴급 수혈'에 나선 상황이다.

그 사이 수자원 고갈로 인한 피해가 농가·공장 등을 넘어 일반 국민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과실물가지수는 118.15로 201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년째 이어진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이달 출하가 시작된 오이 등 밭작물의 가격도 이미 50%가량 뛰었다.

높아진 식탁 물가에 서민들의 주머니도 말라가는 상황. 농산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인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관정을 파 지하수를 끌어올려 쓰고 하천 하류에 고인 물을 살수차로 배달하는 일차원적인 대책에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강수량과 저수율 등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항구적인 수자원 관리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도 "물 부족 사태가 연례화 되면서 기존의 상수원에 의지하는 수자원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팔당호도 이대로 가다간 10년 후엔 마르지 않겠느냐"면서 "항구적인 수자원 대책 마련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