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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지중해 유역에서는 쇠솥에 다량의 식물성 혹은 동물성 기름을 붓고 닭을 튀기는 조리 방법이 일찍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이것이 아라비아 상인, 지중해와 아프리카를 오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노예상 그리고 식민지 사람들에 의해 서아프리카 사하라 인근 지역까지 전해졌다. 그런데 프라이드 치킨이 오늘날의 모습을 하게 된 데에는 미국 흑인 노예들의 영향이 컸다. 19세기 미국 남부에서는 백인 농장주들이 닭을 먹을 때 목이나 날개 등 뼈가 많은 부위를 잘라내고 몸통만 오븐에 구워낸 '로스트 치킨(roast chicken)'을 많이 먹었는데, 흑인 노예들은 농장주가 버린 닭의 부위를 모아 목화씨로 짜낸 기름에 넣어 튀긴 다음 이를 뼈째 씹어 먹었던 것이다. 이를 '딥 프라이드 치킨(deep fried chicken)'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우리가 먹는 프라이드 치킨의 효시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 한국전쟁에 투입된 주한미군들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구할 수 없으니 닭을 튀겨 먹었고, 이런 요리법이 입소문을 타면서 치킨이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1960년대부터는 '전기구이 통닭'이 등장, 서울 명동의 '영양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퍼지게 됐다. 그러다 1971년 '해표 식용유'의 등장으로 식용유가 본격적으로 양산되면서 가마솥에 닭을 통째로 튀기는 '통닭'이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1977년에는 국내 최초의 치킨 체인이라 할 수 있는 '림스치킨'이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치킨을 조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1981년부터는 '페리카나'가 등장해 양념치킨을 선보였고 198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KFC가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멕시칸치킨 (1986), 교촌치킨(1991), BBQ(1995) 등이 줄줄이 등장하며 치맥 열풍까지 만들었고, 치킨은 국민 누구나 좋아하는 넘버 원 간식이 됐다.

자사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한 기업인의 철 없는 행동에 극심한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과연 이들의 눈물을 누가 닦아 줄지 궁금하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