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2007년 170억들여 시설 설치
인근 공단에 물 공급 '수입 짭짤'
처리량 3천t 늘리는 증설공사도
파주시도 민간투자로 사업 진행중
빗물시설·중수도 설치규정 '허울'
새 패러다임 세우고 이용 늘려야
정부의 정책과는 별개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설치해 효과를 톡톡히 보는 지자체가 있다.
오산시는 지난 2007년 총 사업비 170억원을 들여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설치했다. 지난 2009년 5월부터 연 343만t의 재이용수를 생산해 인근 공단에 공급, 한해 20억원 상당의 세외 수입을 얻고 있다.
오산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처리량을 3천t 늘리는 증설 공사를 진행한다. 파주시도 민간투자 사업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완공되면 1일 4만1천200t의 재이용수를 LG디스플레이 산업단지에 공급하게 된다.
앞서 재이용 시설 설치 계획을 잘 세워 놓고도 백지화된 경우도 있다. 안산시는 하루 10만t 규모의 재이용시설을 설치해 반월공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넘지 못했다.
양주시는 당시 지자체의 추진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흥시는 고농도 하수 유입으로 인한 재처리 비용이 과다할 것이란 이유로 무산됐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도내 하수처리수 중 농·공업용수로 재이용하는 비율은 0.7%밖에 되지 않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발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훌륭한 수익인데도, 투입되는 비용 대비 새로 들어오는 수익으로만 경제성을 평가하다 보니 좋은 공익사업임에도 백지화됐다"고 밝혔다.
물재이용법상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은 빗물이용 시설과 중수도를 설치해야 하지만, 활용도는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도내 빗물 이용시설은 모두 437곳(2015년 기준)으로 저류조 용량은 13만765t이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빗물 이용시설은 손에 꼽는다. 지난 2013년 물 재이용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강제력이 사라졌고 신축 건물의 경우 시설물을 설치 후 신고만 하면 된다. 활용 의무는 없다.
중수도의 경우도 물 사용량의 10% 이상을 재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운영하도록 강제한 법 조항(물 재이용법 제3장 9조)이 무색할만큼 사용량이 미비한 수준이다. 도내 중수도가 설치된 곳은 136곳뿐이며 1일 처리량은 16만2천816t, 1일 사용량은 7만6천656t 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빗물이용 시설과 중수도는 시·군 단위 지자체와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서 포괄적인 계획을 세우긴 어렵지만, 물 재이용법 개정 이후 빗물 이용시설과 중수도 확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물관리연구센터장은 "빗물을 버리는 정책에서 빗물을 모으는 정책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빗물을 하천으로 모아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빗물이 떨어진 자리 근처에서 지형 특색에 맞게 이를 모아 재이용하면 홍수와 가뭄을 줄일 수 있다"며 "새로운 정부가 '빗물은 돈이다'는 생각으로 빗물 활용을 고려한 새로운 수자원관리 패러다임을 세우고 이를 최우선적인 정책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창윤·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