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은
제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적 요소이자 동력이기에
문재인 정부는 해외정보 수집과
산업보안 조직 등 확대 강화로
국정원의 새로운 모습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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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의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약진을 보면서 국가정보원을 생각했다. SK하이닉스와 국정원. 상상이 안 되는 관계다. 그러나 지금의 SK하이닉스가 있게 된 배경에는 국정원의 숨겨진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처럼 국정원의 변화를 요구했다. 국정원은 국가핵심기술의 유출방지와 산업기술의 보호를 위한 산업기밀센터의 설치로 답했다.

돌이켜보면 SK하이닉스에는 그 전신이었던 현대전자의 노력과 하이닉스 반도체의 피눈물의 역사가 담겨져 있다. 당시나 지금이나 기업의 부실을 명분으로 투기자본에게 헐값에 팔아넘기려던 세력들이 있었다. 투기자본과 기업들이 사냥감을 찾아내면 '해외 매각 외에는 살 길이 없다'면서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까지 나섰다.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고, 금융위기설을 주장하면서 해외매각과 민영화를 정당화하는데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도 빠지지 않았다.

물론 겉으로는 공적자금 회수와 외자유치 그리고 경제안정을 내세웠다. 하이닉스 반도체나 외환은행 매각이 거론될 때마다 론 스타는 단골손님이었다. 정부와 하이닉스채권단도 미국 마이크론사 등에 매각을 시도했다. SK하이닉스의 생존기록은 과거 무능한 정부 관료와 무책임한 정치인 그리고 음험한 투기자본과 외국 정부의 광기 속에서 살아남은 일종의 신화다.

바로 그 신화는 국가정보원과 올바른 일부 공직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나는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기술유출이 문제가 되었던 시기였다. 포스코도 적대적 M&A의 대상이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술보호를 하고 있었지만 일본조차도 법률이 없었다. 당시 산자부와 과기처의 일부 공무원까지 투자유치 등을 명분으로 입법에 반대하고 있었다. 특히 규제대상이 과학자나 연구원들이라는 점에서 교수들조차 참여를 주저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산업기밀센터의 직원이 뜻밖의 호소를 했다. '삼성전자가 없는 한국, 포스코가 없는 한국을 생각해 본적 있는가. 삼성으로부터 3조원을 받아다가 부채를 청산시키고, 하이닉스반도체가 매각되지 않게 나서 달라.' 그는 해외매각이 가져올 기술유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모두가 해외매각을 애국이라고 말할 때 '절대 안된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판단과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 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이 특정국가로 넘어가게 되면 삼성전자를 따라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해외매각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기를 초래하고 있던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

다시 지혜를 모았다. 그것이 '산업기술보호법'이다. 그 후 중소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도 제정되었다. 궁금했다. 그 때 하이닉스 반도체를 2조원에라도 해외에 매각해야 한다면서 핏대를 올리던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금년도에만 영업이익 11조와 매출액 28조를 예상하는 SK하이닉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시바 인수에 참여하는 역전된 상황을 어떻게 변명할까.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참여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도시바의 기술유출의 가능성을 차단해 주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일본은 '종자'인 기술보호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만약 중국 등으로 도시바가 넘어가는 경우 발생할 핵심기술유출과 이후의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점은 향후 협상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기술유출과 관련된 쌍용 자동차의 사례를 직시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메디톡스나 휴젤의 주식이 50만원을 넘는 강소기업의 성공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은 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적 요소이자 동력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변화를 약속했다. 국내정치의 단절과 해외정보력의 강화 그리고 제 2의 SK하이닉스를 지켜내는 일. 그렇다면 국가핵심기술의 보호를 위한 해외정보수집과 산업보안 조직 등의 확대강화로 화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국정원의 새로운 모습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