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수단' 관정 깊게 무분별 개발
아예 고갈시키거나 지반침하 불러
빗물침투시설등 안정화시스템 필요


"지하수를 무작정 끌어 쓰는 것은 가뭄 농가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천시는 기존에 설치된 관정이 말랐다며 새로운 관정을 설치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청에 고민에 빠졌다. 관정이 깊어질수록 기존 얕은 관정의 물이 '도미노식'으로 말라 버리는 데다 지반침하 등 부작용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관정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아 농민들이 공업용수로 쓰일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며 "관정 신설을 위한 예산이 세워지고 있지만, 정말 물이 필요한 곳은 지하수마저 말라 이마저도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갈된 지하수로 인해 식생활까지 위협받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여전히 관정 개발에만 매진하고 있어 헛물을 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펴낸 '2016 지하수조사연보'를 보면 경기도에는 24만6천427공의 지하수 관정시설이 있으며, 이용량은 연간 5억6천707만t(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용도별 관정 수와 이용량은 생활용이 15만7천895공·3억2천830만t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농·어업용이 8만4천441공·2억565만t, 공업용이 3천2공에 2천726만t, 기타 1천89공 ·584만t 순으로 뒤를 잇는다. 하지만 최근 가뭄이 지속되자 도와 일선 시·군들은 물 확보의 마지막 수단인 지하수 개발에만 집착하고 있다. 최근 도내에서는 284곳에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를 두고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심각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정이 마른 곳에 더 깊은 관정을 뚫는 방식은 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완전히 말라버리게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지하수가 말라 물길이 사라지면 지반 침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지하수 활용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분별하게 관정을 개발하고 지하수를 추출하는 방식에서 하수처리수·빗물 등을 활용해 지하수를 일정 수위 이상으로 유지하고 응급 시에만 뽑아 쓰는 '최후의 수단'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하수처리수 등을 지하수로 충전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지하수 고갈로 지반 침하 등의 피해가 잇따르자 하수처리수 재이용수를 지하로 스며들게 해 지하수 수위를 유지하고 지반 침하도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더 많은 양의 빗물을 지하로 스며들게 해 지하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영향개발(LID) 기법 등 지하수를 채워줄 수 있는 빗물침투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정부 등 관계 당국의 지원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수·빗물 등 가까이 있지만,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수자원을 지하충전수로 활용해 지하수를 넉넉히 확보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지하수 물길을 보존하고 지반침하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질 관리 방안이 포함된 지하수 안정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