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웜비어 청년의 장례를 치르면서 몹시 격양, 부글부글 끓었고 이구동성 북한의 핵 폐기까지 더욱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게 일치된 여론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사죄는커녕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미국에 돌려보내기까지 성의를 다해 치료했건만 고문사라니, 사실무근이다. 그의 죽음은 우리로서도 수수께끼"라고. 지난 23일 외무성 대변인이 그랬고 엉뚱한 궤변까지 추가했다. '그의 죽음은 전혀 석방 요청을 한 바 없는 오바마 전 정권에 의한 전략적 인내정책의 희생자'라는 거다. 얼마나 교활하고 간악한가. 그럼 동맹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감정은 작금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상·하원 등 정치권도 언론도 겉으로야 환영일색이지만 내심 영 찜찜하고 헷갈린다는 거다. 동맹과 동족 중 한국이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가 그렇다는 게다.
문 대통령은 1+5가 뭔가, 2+4라고 했나 등 '사드 배치가 앞당겨진 이유가 나변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 논란을 불렀다. 그런데다 동맹보다는 동족이 우선 아닌지 미국의 의심을 살만한 대북 제스처까지 연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4일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북한에 제의했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부터 가겠다'고 말했었고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도 '(그 조건이 뭔지는 몰라도) 조건이 갖추어지면 방북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대북 일편단심은 퇴색하지 않았다는 증거 아닌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의 그 포은 정몽주 단심가(丹心歌)처럼 일편단심이야 갸륵한 거다. 다만 그게 어디, 누구를 향한 일편단심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지난 20일 도종환 문체부장관의 평창올림픽 남북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제의에 이은 문 대통령의 남북 단일팀 제의야 얼마나 순수한 스포츠 정신인가. 그런데 북한 조평통 대변인은 지난 21일 '북남관계가 개선되지 못하는 책임을 우리에게 씌우려 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입부리 되는대로 놀린다'는 막말을 했다. 그래도 이 마당에 그 막가파 집단과 단일팀을 꾸려야 하는지 묻고 싶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