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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도 지재(地變)도 인재도 끔찍하다. 지난 24일 중국 쓰촨(四川)성에선 큰 산사태가 발생했다. 티베트족과 강(羌:치앙)족 자치주인 그곳 마오(茂)현의 폭우가 빚은 산사태는 62가구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어제 낮까지 시신 10여 구만이 발굴됐을 뿐 93명이 매몰됐고 3명만이 구조됐다. '네 줄기 냇물'이라는 뜻의 '四川' 지명도 안 좋지만 '死川'과도 발음이 같다. 그래선지 천재지변이 유별난 지역이 중국대륙의 한복판인 쓰촨성이다. 2008년 5월의 7.9 지진이야말로 최악이었다. 무려 7만 명이 사망, 1만8천명이 실종됐다. 쓰촨성은 삼국지의 유비(劉備)가 세운 촉한(蜀漢)의 도읍지로 뛰어난 경승(景勝)의 명승지지만 그만큼 산세가 험준하다. 높은 산엔 늘 안개가 끼고 비 오는 날이 많아 해를 보기가 드물다. 어쩌다 해가 떴다하면 개들이 신기하게 여겨 쳐다보며 짖는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생긴 유명한 말이 '촉견폐일(蜀犬吠日)'이다.

그런 쓰촨성 동남부 지역도 1주일이 넘도록 폭우(强降雨)가 심해 황색경보(黃色預警)가 발령됐다. 푸졘(福建)성에서만 30명이 사망, 수십 명이 실종, 360만 명이 피난했고 꾸이저우(貴州)성에서도 8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후난(湖南) 장시(江西) 저장(浙江)성 피해도 심하다. 홍수 피해를 중국에선 '홍로(洪 )' 재해라고 한다. 일본도 어제 장마(梅雨)와 대우(大雨) 경계령을 내렸고 25일 나가노(長野)현에선 5.6 지진도 발생했다. 폭염 역시 끔찍하다. 지난 20일 미 서부 애리조나 주 피닉스는 48도, 캘리포니아 주 디스바레이는 52.7도였다. 불사조(피닉스)가 데어 죽을 판이다. 지난 17일 포르투갈에서는 또 40도 더위에다 산불이 나 62명이 죽었다. 산불로 인해 그토록 숨졌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인재도 무섭다. 그저께 파키스탄 남서부 바하왈푸르(Bahawalpur)에서는 유조차가 전복, 폭발해 140명이나 사망했다. 탱크에서 유출되는 기름을 얻으려다 폭발해 그랬다니 어이가 없다. 지난 14일 79명이나 숨진 런던 고층아파트 화재도 대표적인 인재다. 우리 땅엔 극심한 가뭄 끝에 드디어 비가 내렸고 이번 주말부터 장마라는 예보다. 이제는 폭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