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고 당국은 욕이나 먹는 낭패 상황
'삼백만이니… 뭐니' 숫자에 매달릴 때 아냐
작가 이호철이 1966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의 한 대목이다. 1960년 240만 명이었던 서울의 인구는 1965년 340만 명으로 불어났다. 불과 5년 만에 10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다시 1년 후, 1966년 말에는 380만 명으로 그야말로 '폭발'하듯 늘어났다. 소설은 산업화로 인한 서울의 팽창 과정에서 신산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도시하층민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어른들은 벽돌과 슬레이트로 아무 데나 뚝딱 집을 지어 올렸다. 아무 데나 물을 버리고 자주 싸웠다. 다리 밑에서 살던 친구도 있었다. 어른들은 모두 가난했다.… 국자는 아카시아 나무를 타다 떨어져 죽었다. 봉천동에서 나는 여러 명의 친구를 얻기도 했지만 여러 명을 잃기도 했다."
서울 변두리는 못사는 사람들의 거처였다. 2003년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조경란의 '나는 봉천동에 산다'는 '봉천동 산 1번지'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개발의 여파로 도심에서 밀려난 사람들과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인구론'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맬서스(Malthus, 1766~1834)는 비관적 경제론자였다. 인류는 가난을 극복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인류의 진화를 부정하는 그에겐 인구 증가가 악의 근원이고, 인류의 재앙이었다. 이른바 '맬서스 트랩(Malthus trap)'이다. 우리도 소설이 그려내고 있는 시절처럼 그의 '덫'에 걸려든 건 아닐까 싶었던 때가 있었다. 해마다 식량난이 되풀이되자 급기야 1963년 산아제한정책이 도입됐고, 삼십년 넘게 이어졌다. 하지만 정책의 '적절한' 전환 시점을 놓치는 바람에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를 넘어 고령사회(Aged Society)를 고민하는 국면이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라는 낯선 단어를 접하고선 당황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로만 몰려들어 지방은 소멸(消滅)한다는 예측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본 내각 총무대신을 지냈던 마스다 히로야( 田寬也)는 3년 전 저서 '지방소멸'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도쿄와 같은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極點社會)'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내놓은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의 74.7%, 171개가 최악의 경우 '소멸'까지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인천에선 송도와 청라국제도시를 안고 있는 연수구와 서구, 그리고 남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해당된다. 한편 엊그제 발표한 정부의 인구 추계로는 인천 인구가 2036년 이후까지 꾸준히 늘어난다. 그 무렵 부산을 뛰어넘게 되고, 2045년에는 2015년 대비 8.8%, 25만 명이 증가한다.
이러한 전망과 예측들을 종합하면 결론은 명확해진다. 인천의 미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지역과 빠져나가는 지역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맬서스의 '덫'과 히로야의 '소멸'이 동시에 작동되고 현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일자리는 없고 당국은 욕사발이나 먹으며 낑낑'거리는 그런 낭패로운 상황 말이다. 삼백만이니, 삼백 몇 십만이니, 숫자의 허울에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