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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36%가 증명하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 반발은 거세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역을 맡은 주인공이 암살당하는 셰익스피어 연극 '줄리어스 시저'가 뉴욕에서 상연, 물의를 빚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상연 중인 문제의 연극에서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 검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의 주인공 시저가 나이프에 척살(刺殺)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 영화배우 조니 뎁(Depp)이 지난 23일 영국에서 열린 음악제(록 페스티벌)에서 "배우가 대통령을 암살한 게 언제였더라"고 말해 물의를 가중시켰고 BBC는 '조니 뎁이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까지 하겠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영국의 가디언 지가 그의 '언제였더라' 질문에 '1865년 4월14일'이라고 적었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지 닷새 후인 그날 포드극장 연극을 보던 링컨 대통령(16대)이 남부 쪽 지지자인 배우 존 부스(Booth)에게 저격당한 거다.

그 거리낌 없는 언론과 배우 등 연예인이 트럼프는 얼마나 미울까.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작년 5월 영국의 한 TV쇼에서 '트럼프를 만나면 엿이나 먹으라고 말하겠다'고 했고 작년 한 인터뷰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는 건 지구 종말과 같은 절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저께 일본 아사히신문은 '박근혜 정권이 김정은을 암살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였고 그 선택지에 사인도 했다'고 보도했다. 박 정권은 남북대결 노선을 바꿔 인도적 지원과 대화를 지향했지만 2015년 여름 DMZ 지뢰 도발에 이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더욱 잦아지자 그런 선택지까지 추가했고 자동차나 열차, 수상스키 등 사고를 가장한 암살방법까지 강구했었다는 거다.

그런 트럼프와 김정은을 동시에 헤아려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아니라 미국부터 가는 그의 방미 직전 심정이 어떨까. 불안한가. 그래서 반기문도 부르고 전 주미대사들도 다수 불러 자문을 구했는가. 북한 조평통 대변인은 지난 21일 문 대통령을 가리켜 '입부리를 되는대로 놀린다'고 했고 '트럼프는 정신병자'라고 매도했다. 그런 미국과 북한을 향해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려야 하는 문 대통령이 영 안쓰럽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