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학교 건설 현장이나 대형 작업장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내 시설물을 공사하는 업체는 창호 공사를 직접 시공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불법으로 하도급을 맡겼고, 대형 철강업체에서 지난 3월 발생한 협력 업체 직원 사망(3월 17일자 23면 보도) 사건은 대기업이 관련 법에 따른 '안전 관리자 배치 의무'를 어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중부경찰서는 인천·경기 등 수도권 일대 학교 공사에서 창호 공사를 불법 하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건설업체 대표 A(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와 함께 A씨에게 공사를 맡긴 원도급업체 80여 곳의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학교 설립·보수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로부터 창호 공사를 불법으로 하도급받아 80여 차례에 걸쳐 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공사비가 부족해지거나 설계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부실시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발주처의 허가 없이 다른 업체에 하도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발생한 인천학생수영장 천장 붕괴 사고도 불법으로 하도급이 진행되면서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러나 인천과 경기, 서울시 등 수도권의 학교 공사를 낙찰받은 원도급 업체들은 발주처인 해당 지역 교육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A씨가 운영하는 건설 업체에 불법으로 시공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원도급 업체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하도급 업체 직원 명단을 자사 직원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인천중부지방고용노동청도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현대제철 인천공장 안전관리 책임자와 협력업체 대표 등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고용노동청 조사 결과 이들은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1.2t짜리 철제 구조물(H빔)을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작업 지휘자를 배치하지 않은 혐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지게차 등 특수 장비를 가동해 작업할 때에는 반드시 작업 지휘자를 배치해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명시돼 있다.

작업 지휘자 없이 작업하다 지난 3월 이곳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B(58)씨가 3m 높이에 쌓여 있던 철제 구조물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B씨는 철제 구조물을 옮기는 지게 차량 옆에서 작업을 돕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지휘자가 B씨에게 지게차 움직임 등을 미리 알렸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이 밖에도 현대제철은 당시 현장 근로자들이 사고 위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를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중부경찰서도 협력업체 관계자 2명과 지게차 운전자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인천 지역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사법 처리 받은 건수는 207건에 달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을 지키지 않아 처벌받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협력 업체나 하도급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안전 관리 비용을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규모 작업장을 대상으로 안전 관리 교육을 하고, 현장 확인을 통해 안전사고 비율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엽·윤설아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