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벨기에 브뤼셀 중앙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범인은 지하철에서 폭발물이 든 가방을 터뜨린 후 경계근무를 하던 경찰을 향해 달려들었다. 경찰은 신속하게 대응사격을 했다. 여러 발의 총탄을 맞은 범인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테러를 일으킨 남성은 36세의 모로코 국적자로 밝혀졌고, 범행 당시 '알라후 아르바크'(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행의 테러에 무게가 실렸다.
며칠 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테러의 양상이 과거 '외로운 늑대형(Lone Wolf)'이 아닌 '야생 개(Stray Dog)'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생 개' 유형은 훈련받지 않은 아마추어라는 점, IS(이슬람국가)와의 연관성이 느슨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그러면서 브뤼셀 중앙역에서 발생한 폭탄 공격을 전형적인 야생 개 공격 유형으로 꼽았다. 용의자는 온라인에서 배운 방법으로 만든 폭발물을 중앙역에서 터뜨리려 했다. 하지만 큰 폭발은 나지 않았고, 시민들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폭탄 제조기법이 조악하고 테러범의 수행 능력도 어설펐던 것이다.
브뤼셀 폭탄테러 바로 전날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인근에서도 비슷한 공격이 있었다. 소총과 권총, 그리고 두 통의 대형 가스통을 실은 차량이 경찰차로 돌진했다. 이후 화재가 발생했고, 용의자는 경찰과 대치 중 사망했다. 용의자 외에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역시 '야생 개' 유형이다.
'외로운 늑대'로 알려진 자생적 테러 공격은 여러 명이 치밀한 사전 계획 아래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크고 치명적이다. 반면 최근 잇따르는 '야생 개' 테러는 용의주도하지 못하고 폭발물 불발 등 실수가 잦다. 심지어는 아무 피해도 입히지 못한 채 경찰에 사살되는 경우도 있다.
'야생 개'는 '외로운 늑대' 보다는 덜 위협적이지만 훨씬 근접한 일상의 영역에서 더 빈번하게, 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 커진다. 지구촌은 어느덧 테러가 일상화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