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팀언론기고
김성택 성남중원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얼마 전 택배회사에서 성남 중원경찰서에 "특정인에게 여러 통의 택배가 배송되었는데 확인해보니 현금카드다"라는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될 현금카드가 유통됐다는 직감에 즉시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배송 중인 6개의 현금카드 주인에게 전화해 "대출을 받고자 카드와 통장을 보냈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카드 사용 정지를 요구함은 물론 '대출 사기에 이용될 뻔 했다'는 안내를 했다.

전화금융 사기꾼들이 범죄를 저지르려면 일단 세 가지가 필요하다. 범행 수익금을 안전하게 챙길 '대포통장', 대포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전달해 주는 '전달책', 그리고 사기꾼에게 속아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해 주는 '피해자'다.

사기꾼들이 대포통장을 구할 때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에게는 "대출을 하는 데 필요한 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 "신용등급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구슬린다.

최근에는 "회사의 세금 감면 작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무차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인테리어회사·주류회사를 사칭하며 "회사의 매출액이 회사 통장에 입금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당신이 빌려준 통장으로 매출액을 입금받아 세금 절감도 하고 당신에게 통장 임대료도 주겠다"고 유혹하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아울러 요즘은 사기꾼 조직원이 직접 현금을 찾기보다는,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채용광고로 유인해 "현금을 찾아 전달만 하면 된다"며 아르바이트를 시킨다. 그게 곧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이다. 만일 통장을 타인에게 빌려줘 보이스피싱 범행에 쓰인다면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사기 피해자로부터 피해액에 관한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년간 예금계좌 개설이 금지되고,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돼 신규대출이나 신용카드 거래가 최대 12년까지 제한된다.

혹시 누군가로부터 대출권유 전화를 받게 되더라도 통장 달라는 얘기가 나오면 전화금융사기임을 직감하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 만에 하나 현금을 이미 입금했더라도 100만원 이상 입금되면 ATM기기에서 30분이 지나야 인출이 가능하니 바로 112로 신고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대출을 받고 돈을 쓴 다음에 이자를 내는 게 정상이니까, 대출 전에 선이자나 공증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면 바로 전화를 끊는 게 낫다. 오늘 처음 전화로 목소리만 들은 사람을 어떻게 믿고 내 소중한 돈을 보내겠나 말이다.

/김성택 성남중원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