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과 공정성 훼손되는 사회
그런 야만 벗어나는 길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치 아닐까
온갖 왜곡·위협에 맞서는 길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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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정치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정치적 견해와 성향 차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우리 일상의 어느 부분까지가 정치적 영역인지에 대한 생각에서도 무척 차이가 많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성향 차이는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럴 때만이 다른 생각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사회가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자체가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 공동체를 조화롭고 평화롭게 이끌어가기 위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지 않은가. 그래서 정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하고 참여해야 하는 일이다. 먹고 마시며 생활하는 모든 일상이 인간에게는 필수적이듯이 정치 역시 벗어날 수 없는 기본적인 조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정치란 말은 왜곡되고 심지어는 혐오스럽게까지 비치고 있다. 직업 정치인과 기성 언론은 많은 경우 일상적 삶에서 정치를 배제하거나 독점하려 한다. 정치인들이 행하는 가장 정치적인 일이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면 과장일까. 이들은 정치를 독점하기 위해 일상에서 정치를 왜곡하고 배제하려 한다. 우리 삶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정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가장 정당하게 정치에 참여해야한다. 지난 몇 년간 정치를 외면하고 배제했던 결과가 결국 대통령을 탄핵하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는가.

공동체와 관계를 떠나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기에 정치는 우리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이 정치는 여의도에서 이루어지는 제도 정치의 영역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포괄적이며 본질적이다.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을 결정하고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일이 정치이기에 우리는 정치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고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위임한 정치적 권리가 어떻게 행사되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여의도 정치를 넘어 일상의 정치, 일상의 삶을 이어가는 정치를 하지 못할 때 우리 삶은 왜곡되고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몇 푼의 돈에, 작은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모든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삶을 결정하는 정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 그 결과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 정치학을 정립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를 제일 학문이라고 했다. 정치란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말(logos)을 하는 행위이다. 동아시아 사회와 학문 역시 근본적으로 정치철학이었다. 조선시대는 최고의 지성을 갖춘 이들에게 정치를 전담하게 했지 않았던가. 그리스에서도 정치는 노예가 아닌 자유 시민들만의 것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빼앗긴 자, 자신의 말을 하지 못하는 자는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이며 그들이 바로 노예였다. 현대를 생명정치로 규정한 G. 아감벤에 의하면 정치의 본질은 배제와 포함에 있다. 정치라는 근본 조건을 떠나 살아갈 수 없기에 우리 모두는 정치에 포함되어 있지만 정치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은 배제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

우리가 자유로운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우리 목소리로 우리의 말을 해야 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생명을 지키고 생명을 이어가는 생명체이다. 이 생명의 소리가 곧 생명정치이며 이 삶을 올바른 삶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생활정치이다. 그 정치는 여의도의 그들, 이 사회의 기득권을 소유한 이들이 독점하는 권력행위가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정치적 권력이 민중에게 돌아오는 것을 경계한다. 그들은 때로는 종북이란 말로 또는 미국이란 허상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우리의 정치적 목소리를 빼앗으려 한다. 온갖 거짓과 왜곡, 과장으로 개혁에 저항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정치와 권력을 독점하고 그들만의 이익을 유지하려 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독점 사회이며, 그래서 공공성과 공정함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개 약진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런 야만을 벗어나는 길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정치가 아닐까. 그들이 쏟아내는 온갖 왜곡과 위협에 맞서는 길이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런 투쟁이 정치이며 그 정치를 위해 우리는 알아야 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한다. 정치가 일상의 삶인 까닭이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