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상업지구 빌딩 실외기 밀집지역 화재위험 노출 관련12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업지역 빌딩에서 사용하는 에어컨 실외기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화재 안전 조치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사진은 2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거리의 한 빌딩에 에어컨 실외기들이 빽빽이 설치돼 가동되고 있는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건물외벽 골목 밀집 설치
행인 담배꽁초 투기 빈번

고온바람 영향 발화 위험
전년비 화재사고 두배 ↑
경고문구 등 예방책 절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업지역 고층 빌딩의 에어컨 실외기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어 예방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달 28일 오후 9시께 구월동 로데오거리. 메인프라자와 이노프라자 건물 사이 골목길 양쪽에는 10여 개의 에어컨 실외기가 외벽 한쪽에 설치돼 있다. 반도프라자 입구 술집 간판 위에 있는 공간에도 실외기 6개가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연수동 BYC 거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수프라자와 두손메카 사이 골목길 끝에는 5개의 실외기가 한 곳에 설치돼있지만 바로 옆에서 남자 2명이 아무렇지 않게 담배꽁초를 실외기 근처에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듯 시내 상가 지역 대부분이 건물 1층 외벽에 실외기를 몰아 설치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지만, 화재 안전조치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구에서 실외기가 밀집해있는 공간의 화재는 초기 진화가 되지 않았을 때 큰불로 번져 대량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 여러 개가 한 곳에 있으면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서로 영향을 줘 주변 온도가 올라 화재 가능성이 커진다"며 "하지만 상가 빌딩 등에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는 법률이 없어 위험성을 알고 있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년(2014 ~ 2016년)간 접수된 에어컨 실외기 화재 사고 원인 중 담배꽁초, 가연물 방치 등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13.4%를 차지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인천에서 발생한 에어컨 화재 사고는 총 24건. 그 중 실외기 화재는 9건이었다. 에어컨 실외기 화재는 2016년 전년도인 2015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1월에는 구월동 로데오거리의 한 주상복합건물 1층 뒤에 있던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 냉·난방형 실외기 10여개가 불에 타 약 3천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 화재 예방책에 대해 "에어컨 실외기는 개인의 관리가 우선이라 사용자가 여름이 오기 전 실외기에 있는 먼지 등 이물질을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청에서 실외기 주변에 설치할 수 있는 화재 예방 문구를 제작해서 배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