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사정을 알았으면 시집오지도 않았을 거야.뭘 모르고 중매결혼한게 실수지...”

20여년간 시부모와 남편의 병수발을 든 노고를 평가받아 어버이날인 오는 8일효행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홍재숙(洪在淑.60.여.광명시 일직동)씨의 심성은 넉넉하기만하다.

홍씨의 지난한 시집살이는 일찍 작고한 시아주버니가 남긴 3명의 조카를 데려다 키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열마지기 남짓한 밭을 일구며 푼푼이 모은 돈으로 목장을 조성해 살만해진 지난 70년초 남편 정이섭(71)씨가 원인모를 병에 걸려 왼쪽다리의 신경이 마비되며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남편 병원비를 마련하기위해 안양의 유리병공장에 나갈때는 형편이 어려우면서도 시부모에게는 따뜻한 밥을 해드리고, 홍씨 자신은 자식들 몰래 빈 도시락을 들고 출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남편 정씨가 병원치료를 포기하고 집안에서 '자리보전'을 하게되자 이번엔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병석에 누웠다.

시어머니는 3년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4년전부터는 시아버님(96)이 노환으로 몸져 누웠고 재혼했던 '둘째 시어머니'마저 치매를 앓게 돼 시부모와 남편 모두 홍씨의 수발없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홍씨의 장녀 정미경(35)씨는 “어머니께서 할아버지와 둘째 할머니의 대변을 매일 치고 기저귀를 갈아 채우면서도 단 한번 힘들다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웃 김태영(42)씨는 “긴 병에 효자없다지만 20년을 남편과 시부모 병수발을 한 홍씨는 효부로 불릴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분”이라며 “동네 최연장자이신 홍씨의 시아버님이 백세를 넘겨 홍씨의 정성에 보답하셨으면 하는 바람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