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통학 허용관행 불구
학생들 실제거주 조사 갈등
교장 "운동부라도 예외없다"
학부모들 "해체 압력" 반발
아이들 교육청 피켓시위도

37년 역사의 인천서흥초 야구부가 교장과 학부모의 극한 대립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학교 측이 야구부 학생들의 위장 전입 여부를 조사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인데 급기야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을 비판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시교육청 앞에서 시위에 나서는 일까지 빚어졌다.

3일 오전 10시께 인천시교육청 앞에는 서흥초교 야구부 학생 10여명이 야구부 유니폼을 입고 '제자를 신고하는 선생님도 있나요?', '교장 선생님, 우리의 인사도 받아주세요', '서흥 야구부 오고 싶어하는 학생을 받아주세요'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평상시라면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이날 야구부 학생들은 단체 '등교 거부'를 했다. 학부모 이은주(47·여)씨는 "아이들이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너 여기(동구) 안 살지? 안 살잖아'라며 추궁을 받았다"며 "위장전입 조사는 곧 야구부 해체와 다름없다"고 울먹였다.

이날 인천 동구 서흥초등학교, 인천남부교육지원청, 학부모 등에 따르면 최근 서흥초는 야구부에 들어오기 위해 위장전입을 해 입·전학하는 학생을 적발하겠다며 주민센터와 함께 야구부 소속 일부 학생 거주 세대에 대한 위장전입 점검을 벌였다.

학교 측은 현재 야구부 학생 15명 중 절반 이상이 타 군·구에서 통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에 야구부를 운영하는 초등학교는 구도심에 집중돼 있다. 서흥초, 서림초, 창영초, 숭의초, 서화초 등 8곳 중 5곳이 동구와 남구에 편중돼 있다.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하고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신규 학교들이 야구부를 창설하지 않는 탓이다.

이 때문에 청라, 송도 등 신도시는 물론 부평·계양구에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야구를 배우기 위해 타 군·구로 통학해도 학교에서 눈 감아 주던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선택을 위해 학교장의 재량으로 초등학교 전학절차를 승인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가 신규 야구부는 물론 기존 야구부 학생까지 위장전입 여부를 확인하면서 사실상 야구부 해체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 학교 교장은 지난해 말 '서흥초등학교 운동부 운영 현황이 현재 학교의 여건과 방향에 맞지 않다'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요청사항으로 '교외 연습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야구부를 해체'한다는 식의 공문을 야구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후 학교장이 결정은 철회했지만, 야구부 운영에 대한 학교와 야구부 학부모의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태호 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장은 "학교와 교육청이 본교 야구부가 없어지거나 다른 학교와 통폐합하게 된다는 식의 말을 하곤 했다"며 "결국 신규 부원이 오지 않고 야구부를 위축시켜 결국 해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지국 서흥초 교장은 "누구든지 법규는 지켜야 하며 운동부라고 해서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하는 사람은 이사를 와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야구부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당장 야구부를 해체하기보다 절충안을 마련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