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불균형' 투기 원인
특정 지역·주택에 맞춘 정책 남발
정부, 저소득층 문제 해결 총력
중산층 이상 시장자율에 맡겨야
제도·세제 너무 복잡 불·탈법 조장
정책 제대로 만들고 제도 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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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재 대우재단 이사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와 국토부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꺼내든 카드가 부동산투기규제다. 지난 몇 년 새 서울 강남 4구의 아파트들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이들 아파트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 오르고,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는 놀랄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재건축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변의 아파트는 전세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요, 전세가격 마저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울의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가격이 들썩이는 것을 보다 못한 정부가 뒤늦게 칼을 빼든 모양새다.

부동산투기와 규제의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투기열풍은 자그마치 50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때로는 매서운 회초리로 또 때로는 어르고 달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을 길들여왔다. 88올림픽을 앞두고는 서울시가 나서서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기도 하였으며, 90년대에 들어서는 수도권 신도시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부는 갖은 사탕발림으로 투기를 부추긴 적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모르긴 해도 이 지구상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써보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규제와 처방은 약효를 잃어버렸고, 심지어는 부동산투기가 더 극심해진 적도 있었다. 이쯤 되면 정부의 관료나 정책을 수립하는 전문가들은 부동산투기의 원인과 성격을 꿰뚫어보고 있을 법도 한데 왜 똑같은 규제를 재탕 삼탕하고 있는지 참으로 의아스럽고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이번에도 정부는 약 1천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주택관련 대출이기 때문에 DTI와 LTV를 강화하고 금리를 올려 주택자금 대출을 억제하고, 분양현장에서의 투기행위를 적발하여 부동산투기를 막아보겠다고 한다. 최근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분양보증발급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를 한바 있다. 분양보증이 없으면 분양승인이 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분양이 불가능해진다. 아파트로 대별되는 부동산투자(?)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일 뿐 아니라 웬만한 사람이면 이 분야의 전문가 뺨칠 정도의 지식과 정보를 꿰뚫고 있다. 특히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경우 정부에서 내놓는 어떤 정책이나 규제도 그들에게는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일일뿐 소나기만 피하고 나면 또다시 햇살은 비춰지는 것이라는 걸 수십 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투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라는 것을. 그런데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한 정책만 남발하고 있으니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문제는 정책의 초점이 특정지역, 특정주택에 맞춰져 왔기 때문에 정책의 보편성이 결여되어 성공하기가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 주택 수는 약 1천600만호 정도가 된다. 그 중 서울 강남 4구의 소위 투기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는 불과 5만호 남짓이다. 우리 정부의 주택정책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중간정책이 아니라 0.3%의 초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한 특정주택 말살정책이 되어왔다. 이제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택문제 해결에 총력을 쏟고, 중산층 이상의 주택문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두고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다른 문제는 주택관련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다. 무릇 법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탈법이나 불법이 성행한다. 아파트 분양제도도 그렇고 부동산 관련세제도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있지 않나 싶다.

부동산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투기가 되고, 여윳돈을 이용해 부동산을 사면 투자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가? 투자든 투기든 둘 다 정부에서 만든 제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만들고 제도를 개혁해서 이를 올바로 운용하는 것이 투기를 방지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정부에서는 깊이 새겨주었으면 좋겠다.

/양윤재 대우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