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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Wonder Woman)'은 DC코믹스의 만화 캐릭터로 슈퍼맨, 배트맨과 더불어 DC코믹스의 '빅3'로 불린다. 처음 원더우먼이 등장한 때가 1941년인데, 7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원더우먼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히로인이 몇 되지 않는다. 만화의 인기와 더불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ABC와 CBS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고, 최근엔 블록버스터 영화로 리메이크돼 세계적으로 큰 흥행수익을 거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원더우먼의 창작자는 만화가나 극작가가 아닌 심리학자인 윌리엄 몰턴 마스턴(William Moulton Marston) 박사다. 마스턴 박사는 당시 코믹스 유해론을 부정하며 교육적 효과가 있음을 역설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코믹스 출판사 사장이 그를 자문 역할로 영입한다. 그는 당시 인기를 끌던 슈퍼맨, 배트맨처럼 폭력을 주먹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사랑'으로 풀어나가는 영웅을 구상하며 역시 심리학자 출신인 아내와 의논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괜찮네요. 근데 캐릭터는 여자로 해요"라고 조언을 했고, 마침내 원더우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편 원더우먼은 황금 밧줄로 만들어진 '진실의 올가미'를 사용하는데, 이는 묶인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진실만을 말하게 하며, 상대가 환각이나 기억상실, 세뇌 등 진실이 아닌 상태에 있을 때는 치유하는 효과까지 있다. 왜 이런 도구가 등장했을까? 그것은 바로 마스턴 박사가 혈압 측정을 통한 거짓말탐지기(polygraph)의 발명가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진실의 올가미는 자신이 개발한 거짓말탐지기의 은유적인 도구였던 셈이다. 역사적으로 거짓말탐지기는 1885년 이탈리아 생리학자 롬브르노가 맥박 변화를 읽는 방법으로 범인 검거에 성공한 것이 시초이며, 1920년 캘리포니아 경찰이 처음으로 범죄수사에 활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거짓말 탐지기 중 절대 다수는 이스라엘 회사인 네메시스코가 생산하고 있다. 막대한 이윤이 걸려 있는 만큼 네메시스코 사는 거짓말 탐지기의 효용성에 대해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는데, 영화 원더우먼의 주인공 또한 이스라엘 출신 여배우 갤 가돗(Gal Gadot)이다. 우연 치고는 재미있지 않은가?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