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은 국민경제 비중이 크고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가 매우 높아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기여도가 높은 산업이다.
지난 5월의 경우 건설업 취업자는 200만 명을 돌파하고, 전 산업 취업자 수 증가분의 43.2%를 책임지면서 고용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업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 지를 입증한 셈이다.
최근 국내 건설시장은 SOC예산이 감소하면서 민간 건축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 총 수주액은 164조8천억원 중 민간공사가 117조5천억원(71.3%)으로 공공공사의 47조4천억원(28.7%)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SOC예산 감소로 공공공사의 발주 물량이 줄어들어 공공공사를 수주하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민간공사에 참여 자체를 안 하는 건설업체들이 많다. 민간 건설공사는 사적계약이라는 이유로 발주자의 대금 체불, 지연지급 등에 대해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 건설업체 254개사 중 100개사(39.4%)가 민간공사를 수행하면서 공사를 완공하고도 공사 대금을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110조원이 넘는 민간 건설시장이 공사대금 지급보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공사 수주를 지속해야 하는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향후에 있을 보복조치에 대한 우려로 사실상 적극적으로 이의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대금 확보를 위해 민사 분쟁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소송은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여 최종 판결과 대금 회수 전까지 버티지 못하고 부도까지 갈 수 있는 부담이 있고 이로 인한 하도급 대금 및 임금 등의 체불이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도급 대금은 법에 의무적으로 지급 보증토록 규정하고 있어 발주자로부터 대금 수령 여부에 상관없이 원도급자는 최종적으로 하도급 대금 및 건설 근로자 임금에 대한 지급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민간 건축주의 원도급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은 선택사항이다.
이처럼 대금지급보증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민간 건축주에 맞서 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는 사실상 민법상의 유치권밖에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0여년간 하수급인의 보호를 위해 110여개의 제도·정책이 신설되거나 강화된 것과는 극명하게 상반된다.
아직까지도 건설산업에서 불공정행위는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원·하도급자간 불공정거래 관행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공사대금 체불 실태조사 결과 체불액 90% 이상이 하도급 업체가 자재·장비 대금을 체불하여 발생한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건설산업 내 공정한 거래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발주자와 원도급자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갑질 문화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우선 민간발주 공사에서의 공사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해서 공정한 계약의 원칙하에 실효적인 대금지급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공사대금보증의 안전장치는 포퓰리즘적 약자 보호가 아닌 원도급자, 하도급자, 자재·장비업자, 건설근로자까지 모두 보호받을 수 있는 기본 장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공사 공사대금지급보증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 건설업계 또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은 민간부문이기에 정부의 건설정책이나 규제개혁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서 그 출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용환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