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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관계를 '북남 관계'라고 부르는 걸 들으면 귓구멍을 씻고 싶다. 남북통일도 북한에선 '북남통일'이다. 말에는 말의 순서가 있고 질서가 있다. 동서남북을 '북남서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말의 순리와 질서를 뒤엎는 건 '말 쿠데타'다. 동서고금→금고서동, 인간관계→계관간인, 남녀노소→소노녀남, 부모형제→제형모부, 上中下→下中上, 고저장단→단장저고, 윤리도덕→덕도리윤이 돼서야 되겠는가. 악보다는 선이 우선인 선악도 악이 먼저(惡善)로 뒤집고? 그런데 인류는 오른손잡이가 단연 많건만 '우좌'가 아닌 '左右'고 '좌우를 살피라'고 하는 건 별나다. 거꾸로 된 중국어는 더욱 놀랍다. 서민→民庶, 언어→語言, 생산→産生, 취직→職就, 소개→介紹, 제한→限制, 전제→提前, 계산→算計, 폭풍→風暴, 침입→入侵, 누설→泄漏, 강연→演講, 요강→綱要, 기력→力氣, 분신→身焚 등 수도 없다.

어쨌거나 장차 자유민주주의 '남북'통일이냐 공산사회주의 '북남'통일이냐, 그게 문제다. 1861~65년 미국 남북전쟁은 남이 아닌 북이 이겼다. 노예제도 존속을 주장한 남부와 폐지를 외친 북부 간 전쟁에서 링컨이 이끈 북측이 이겼던 거다. 그런데 북부가 이긴 그 전쟁을 '북남전쟁'이 아닌 '남북전쟁'이라고 한 건 신기하고 South & North War도 아닌 Civil War로 불렀던 것도 의외다. 하긴 6·25 전쟁도 남북간 내전이었고 시민전쟁이었다. 남북 예멘도 웃긴다. 1967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예멘은 남북한과는 반대로 남예멘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사회주의 체제를 취택했다. 그랬다가 1990년 남북 예멘은 통일됐지만 내전은 다시 일어났고 남예멘 지도자들이 체포되거나 타국 망명을 하면서 1994년 7월에야 civil war는 끝났다.

만약 한반도 전쟁이 재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뜻이야 갸륵하지만 그의 일방적인 '달빛 정책'이 영 미덥지 않다. 대화하자, 원조하겠다, 올림픽도 함께 하자는 등 열성과 열의가 뜨거워도 '너희와는 상대를 안 하겠다'는 식이고 그런 반응 아닌가. 게다가 '입부리 함부로 놀린다'느니 '추악한 친미분자' 등 비난뿐이다. 북쪽 메아리는 추악한 욕설뿐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