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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더위를 먹으면 무기력해지고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보양식이다.

보양식의 대표 주자로는 삼계탕과 보신탕, 추어탕, 민물·바다장어, 민어탕, 민물 매운탕, 곰탕이 꼽힌다. 활력과 기운을 돋우는 고단백, 고열량 식품들이다.

한의사들은 보양식도 체질에 따라 가려먹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소화기능이 약한 소음인은 삼계탕 추어탕 장어구이 부추 감자 복숭아가 어울린다. 소양인은 너무 맵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감자탕 전복죽 오이 수박 굴이 좋다. 태음인에게는 설렁탕 미역국 콩국수 오미자 가지가 괜찮다. 과식하거나 폭식은 피해야 한다. 태양인은 기운이 맑고 담백한 음식이나 해물류가 좋다고 한다. 연포탕 조개탕 메밀국수 키위 등이다.

삼복(三伏)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初伏)에는 보양 음식을 먹어주는 게 우리네 풍습이다.

초복인 12일, 점심 풍경은 다른 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계탕 집에는 줄이 늘어섰고, 장어탕과 추어탕 집에도 손님이 몰렸다. 보신탕 업소도 활기를 띠었지만, 예년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업주들 반응이다.

보신 문화에 대한 비난과 혐오감이 커지면서 보신탕 업소들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보신탕 애호가들은 식당도 줄어드는 데다 함께 먹을 동지들 찾기가 힘든 지경이 됐다고 아쉬워한다.

얼마 전 서울에서 보신탕 문화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개 도살과정에서의 잔혹 행위와 비위생적인 유통 과정이 폭로됐다. 보신탕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신 옹호론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고유의 전통 식(食) 문화를 왜 야만적인 행위라며 혐오하느냐는 거다.

반려견을 기르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개가 식용 목적으로 키워지고 끔찍하게 도살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보신탕 애호가들은 자신들의 문화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방법은 없을까. 괜한 고민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벌써 더위를 먹은 것일까.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