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침체 국면 못벗어나
"완성차노조 파업 진행해도
생산라인 멈출 수 없는 상황"
'업종전환' 생각하는 업체도


한국지엠의 철수설과 노조 파업 결의에 이어 현대·기아차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자, 인천 자동차부품 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에 걸렸다. 인천 제조업의 중심축이자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산업이 '경기 불황 장기화'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잇단 악재'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12일 인천시와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이하 인천TP) 등에 따르면, 인천에는 완성차인 한국지엠을 중심으로 11개 산업단지에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지난해 인천TP가 인천시 8대 전략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산업의 실태를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인천 자동차산업의 2015년 기준 수출액은 64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인천 전체 수출액의 20.5%를 차지하는 수치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연간 44만대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인천항에는 연간 62만대 규모의 수출 물량을 처리하는 한국지엠 KD센터가 있다. 한국지엠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56개(2014년 기준)에 이른다.

또 1천여 개의 크고 작은 자동차부품 업체가 남동, 부평·주안 국가산업단지와 인천기계, 인천서부 등 8개 일반산업단지에 분포해 있다.

올 들어 한국지엠과 인천 자동차부품 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유럽사업부 매각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지엠 등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자동차부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인천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대미(對美) 무역 의존도가 큰 인천은 자동차와 부품, 산업기계, 전자전기 등의 업종이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인천의 대미 수출 품목 비중은 자동차가 47.0%(53억3천200달러)로 가장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 철수설과 노조의 파업 움직임,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까지 예고되면서 인천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1차 협력사인 인천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중국 사드 문제 등으로 국내 완성차 수출이 많이 줄어 부품 업계도 이미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며 "벌써 인력 감축에 들어간 업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완성차 노조 파업이 진행된다고 해서 부품사들이 생산 라인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파업이 끝나도 쌓인 재고의 상당수는 결국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의 한 경제단체 대표는 "주위에 업종 전환을 생각하는 자동차부품 업체 사장들도 꽤 많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천 제조업을 지탱해온 자동차부품 업계를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