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박물관 개관 1주년10
어린이집 원생들이 옛 산부인과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관을 살펴보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진료비 못낸 환자들 쌀·배추등 보답
태아 심박 들려준 초음파기기 '명물'
'미역국 맛' 못잊어 냄비들고 찾기도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은 1958년 시작된 산부인과의 모습을 재현한 작은 전시관이다. 관람 동선이 짧지만 전시 내용은 풍부하다. 미리 알고 가면 좋은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 보증금 없는 병원

국민 의료 보험 제도가 도입된 1977년 7월 이전까지 국내 병원은 환자들에게 보증금을 받았지만, 이길여 산부인과는 보증금 없이 진료했다. 전국에서 유일한 '보증금 없는 병원'이었다. 가난한 임산부를 비롯한 환자들이 병원에 하나둘씩 늘었다. 병원 접수대 앞에서 돈이 없어 쩔쩔매는 환자들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

진료비를 못 낸 환자들은 그 보답으로 쌀, 배추, 고구마, 옥수수, 생선을 병원 앞에 두고 갔고 그 모습이 1층에 전시돼 있다.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박물관 개관 1주년19
어린이집 원생들이 옛 산부인과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관을 살펴보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인천 첫 초음파 기기와 명물 엘리베이터

태아 심장 박동을 들려주는 초음파 기기는 이길여 산부인과의 명물이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이길여 회장은 1970년대 국내에 도입된 '태아 심박 초음파 기기' 4대 중 한 대를 4천만원을 주고 인천에 들였다. 당시 인천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싶은 이들이 이길여 산부인과를 찾아왔다.

또 이길여 산부인과는 인천 병원 중 처음으로 1969년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엘리베이터를 보려고 병원에 오는 구경꾼도 적지 않았다.

# 출산의 감동과 미역국

기념관 2층에 가면 분만 대기실, 수술실, 입원실이 복원돼 있다. 1950~70년대에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많았고, 당연히 병원을 무서워했다. 환자 입장에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노력한 과정을 2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이길여 산부인과는 미역국이 맛있기로 유명했다.

퇴원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냄비를 들고 병원에 오는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오랜 풍습을 생각해 병원에서 끓인 것인데, 외국인들은 이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본다고 한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